접힌 페이지
연말에 떠났던 이야기.
좋은 녀석들과 함께 있다.
지난여름 도쿄 이후로,
이번엔 힐링이라는 이름의 여행이었다.
입김이 보이는 아침.
소소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속도로
달리는 차
휴식을 허락하는 휴게소
이곳에 와야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 여행 왔다.
[휴게소 왔으면 뭐다? 핫바와 통감자다 ~']
휴게소에서 꼭 먹는 음식.
핫바와 통감자.
이것은 휴게소의 진리다.
기원이는 잣 호두과자가 담긴
봉지를 한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딘가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아악 델리만쥬가 없어! 휴게소 들리면 델리만쥬인데엑!'
영기가 답했다.
'저기 뒤에 델리만쥬 있잖아'
기원이의 표정에서는 물음표가
공중에 떠올랐다.
[핫바 집 근처에 델리만쥬 있었는데?]
'지나간 기차는 돌아오지 않더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기회가 왔을 때 바로잡아야 하는 법.
기회는 항상 그럴듯하게 사라진다.
한참을 달렸나.
무수한 터널을 넘어
강원도 양양에 도착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수요미식회에 등장한 막국수집
영광정을 갔다.
동치미 국물에 먹는 막국수와 수육을 주문했다.
영기는 한껏 들떠있는 모습에,
마치 이 순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얼굴로 말했다.
'동치미와 함께하는 막국수는 양양 뿐이래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야'
역시 플랜 마스터 김영기답게 철저하게 조사를 한 모양이다.
가람이는 수육을 한 입 먹더니,
진실의 미간이 드러났다.
기원이는 뭐..
특유의 눈을 감는 표정으로
'음 ~ 음 ~ 으으으음!'
가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마치고,
체크인하기 전
저녁 비비큐를 위해 장을 봤다.
카라반 글램핑장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곳이다.
이날은 운이 좋아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비비큐를 하기 전 역시 동해에 왔으면,
바다를 봐야 한다.
철석 거리는 파도
시원한 바람
바다 냄새
낮도 밤도 아닌 시간에,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우리는 이 아름다운 풍경에
웃음을 지었다.
청춘이란 그런 거니까.
[역시 동해바다가 좋긴 좋아 슬슬 비비큐 하러 가자!]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비비큐 아닌가!
기원이가 말했다.
'비비큐 아니고 바베큐 에이 증말'
[나는 B 증말 ~]
가람이도 답했다.
'그럼 나는 C증말 ~'
영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모든 말을 대신했다.
숯의 향기를 가득 담은 삼겹살과 목살
그에 걸맞은 쌈과 채소.
이 시간이야말로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제 슬슬 불멍이나 때릴까?]
다들 한껏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좋지'
오늘은 겨울 날씨에 비해 따뜻했다.
패딩이 필요 없을 정도의 따듯함.
마치 봄 같았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니
바다의 밤은 추웠다.
사장님이 준비해 주신 타오르는 모닥불을 쬐며,
우리는 모두 멍한 듯이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마른 장작을 집어던지던
우리의 테마는 우정 그리고 낭만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들이 이야기한다.
'정말 좋은 시간이다 ~'
'그러게 이게 얼마 만이냐'
어느 한 소설의 구절이 떠오른다.
"존재가 설화를 만들고, 설화가 존재를 만든다는 것을."
우리가 있기에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다.
좋은 친구를 곁에 둔다는 건
자신의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이다.
불빛 앞에 앉은 청년들은
각자의 삶을 떠올리며,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사사로운 이야기.
그러나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
[이제 자러 가자]
작지만 소중했던 기억.
하지만 끝난 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