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힌 페이지
어느덧 가을의 휴무.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각자의 세계에 몰입한다.
먼저 카페에 도착한 나는
이전에 읽었던 책을 펼쳐,
한 사람의 서사가 담겨있는
이야기를 내면에서 대화하고 있었다.
5분이 흘렀나, 10분이 흘렀나
시간의 감각이 무뎌질 무렵에
친구가 왔다.
'먼저 와 있었구려'
베켄바우어 유니폼을 입은 그는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요즘 여기 자주 오는 거 같네.]
그렇다. 최근 쉬는 날이면 항상
카페에 찾아온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잔잔한 음악은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백지 위 활자들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창문 너머로, 빛의 명과 암이 교차하는
시간까지 흘렀다.
읽던 책을 다 보고
친구에게 생각 없이 툭 뱉었다.
[기원아 이전에 네가 지하철 기다리면서 느꼈던 갑자기 들었던 생각.
그거 배우 일이지?]
질문을 들은 친구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뭔가 책을 보는데 네 에피소드가 생각나더라고.]
그렇다.
책은 말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태어난 이유.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삶.
친구는 그 순간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초초함
그 사이의 현실적인 문제.
잠시 꿈을 쉬고 있었다.
[어쩌면, 너는 능력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속도를 낸 거 같아.]
삶은 속도가 아니다.
방향이다.
정직하면서, 내 속도대로.
하지만, 세상은 말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증명하라.
그 압박 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멈췄다.
'시간에 쫓기듯, 압박을 받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어.'
세상에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한 이들이 많다.
어쩌면, 세상이 말하는 프레임 속에
자신을 가둔 게 아닐지..
나는 당차게 말했다.
[우린 아직 늦지 않았어 방향만 맞으면 돼.]
'좋은 말이지요 ~'
독서를 마친 후,
잠깐이지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형용할 수 없는 고양감.
즐겁다.
행복하다.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찰나의 시간.
잠시 밖에 나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내 안의 작은 거인이 속삭인다.
[청춘이여, 고개를 들어라]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나는 그동안 땅만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우리는 전혀 늦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불태워라, 청춘이여.
죽음이 나에게 찾아올 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내 삶을 온전히 내가 지배했다고.
세상에 대답하라.
우주에게 대답하라.
[내 삶은 지금부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