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한 번만 틀어보세요.
지난 3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무 끔찍하게만 생각해 외면하던 것들을 마주하고 더 알아가 보니 상상도 못 했던 좋은 날들과 기회가 날 기다리고 있었고, 너무 늦었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장 빠르게 건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 마주함에 대한 이야기다.
내게 언젠가 ‘토닥토닥’에 대한 얘기를 해준 분이 있었다. 누군가를 토닥여주는 것, 쓰담쓰담해 주는 것. 그 힘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 말이다. 좋은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힘도 마음도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뭔데 남을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난 역시 그것 조차도 못할 것 같아서 조금은 슬펐고 그것 씩이나 할 수 있는 그 마음이 부러웠다.
늘 나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파악하며 살려던 마음은 나도 모르게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이내 스스로를 싫어하는 마음으로까지 커져 있었다. 살면서 힘든 것, 무서운 것, 싫은 것도 참 많았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 안 그러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힘들고 무서운 게 많은, 싫은 게 늘어만 가는 내가 결국은 또 싫었다. 인정하면 너무 나약하고 별로인 사람이 될 것 같아 아닌 척만 했다. 그리고는 들킬까 무서웠다. 그냥 난 이런 게 힘들구나, 이럴 때 두렵구나, 하고 알아주면 될 걸…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걸 지나치게 경계했던 나는 스스로의 부족하고 아픈 점을 외면하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참 늦게도 알게 되었다.(그때라도 알게 되어 무척 감사하지만.) 그건 자기 연민에 빠질까 경계하는 게 아니라 내 기준에 무언갈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과 일종의 거만함이 만들어낸 방어기제, 회피라는 걸 말이다. 그 당시의 난 나에게도 솔직하지 못했기에 너무나도 불안했으며 외로웠던 것 같다. 어떠한 기준도 없이 제한하면서도 스스로가 부렸던 막무가내 자존심은 정말 힘들고 쓸데없는 짓이었다.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인정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생각바퀴의 방향을 힘들게나마 한 번 틀고 나면 그다음부턴 앞으로 굴러가기만 가면 된다.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에 있어서 큰 시작이 되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는 다행히도 끝없는 자기 연민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마주해 똑바로 보고, 그 어떠한 나를 잠시(혹은 한동안은) 토닥여줬다. 그러고 나니 생각도 못해본 기운이 생겼다. 그다음엔? 그 힘으로 부족한 마음을 열심히 채우고 챙겨주게 되었다. 하나씩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다.
스스로 봤을 때 못났던 나. 그래도 이런 건 잘했고 그럼에도 어떻게든 잘 지냈네? 한 편으로는 참 대견스럽기도 해, 스스로를 격려했다. 힘이 생겼다.
토닥토닥, 그리고 쓰담쓰담. 그러다 보니 주변이 보였다. 조금씩 나를 토닥이던 나는 어느새 주변도 토닥이고 쓰다듬을 줄 알게 되었다.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다. ‘토닥토닥 이야기’를 들려준 그분께 오늘은 꼭 연락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