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UIUX 디자이너가 유저를 이해하는 일에 대하여
가구 디자이너의 유저는 가구를 쓰는 사람이고, 교과서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유저는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다. 앱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유저는 스마트폰을 쥔 누군가고, 병원 안내 시스템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유저는 병원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유저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 내가 한 번도 처해본 적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 유저는 어디에나 있는데, 그 유저가 나와 멀어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유저 우선, 사용자 중심 설계, 공감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모든 채용 공고에 있고, 모든 면접 답변에 있고, 모든 포트폴리오 첫 장에 있는 말들이다. 그 누가 모르는가. 나도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신이 울릉도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지금 당장 짐을 챙겨서 울릉도민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항상 유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 유저가 되는 것은 쉽지가 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기준으로 유저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앱을 많이 쓰고, 디지털에 익숙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편한 게 모두가 편한 건 아니다. 내가 당연하게 쓰는 제스처가 누군가한테는 전혀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방심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거기였다.
그래서 리서치를 했다. 인터뷰도 해보고, 데이터도 들여다봤다. 근데 결국 결정을 내리는 순간엔 "아마 이럴 것 같아서"가 튀어나온다. 리서치가 확신이 되어야 하는데, 나한테는 참고자료로 끝날 때가 여전히 많다.
그래서 나는 책을 샀다. 디자인 책이 아니라, 광고 지식 책을. 나는 지금 광고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UIUX 디자이너로. 어느 날 문득, 내가 디자인하는 화면을 실제로 쓰는 사람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너무 모른다는 게 느껴졌다. 광고주가 뭘 원하는지, 광고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스로도 좀 웃겼다. 디자이너가 왜 이걸 읽고 있지.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 것 같았다. 내 유저를 이해하려면, 내 유저의 세계를 알아야 하니까.
완벽히 이해했냐고? 아니다. 근데 적어도 이전보다는 덜 막혔다.
완벽하게 유저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직 유저를 100% 이해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조금 더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요즘은 그게 이 일의 전부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