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상에서 UIUX 디자이너가 살아남는 과정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내가 선택한 방향

by 연니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는 바꿔버린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변화라는 게 항상 점진적으로 온다고 믿었다. 새로운 툴이 나오고, 작업이 조금 더 편해지고,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는 식의 변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 속도가 아니라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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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UIUX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기획을 잘 이해하여 결과물을 깔끔하게 만들고, 요청받은 것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믿었고,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를 단련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심지어 UI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이게 단순한 보조 도구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그리고 더 불편했던 건, 그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점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다.


이건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예전에도 개발을 조금 배운 적이 있다. 그때의 이유는 개발자와 소통을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넘기고 나면 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개발이 구현되지 않는 것.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잘한 디자인 수정 사항들을 하나하나 다시 요청해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번거로웠다. 작은 간격 하나, 폰트 굵기 하나, 버튼 위치 몇 픽셀 차이까지 계속 말해야 했고, 그걸 전달하는 나도 점점 지치고 있었다. 동시에 이걸 계속 받아 수정해야 하는 개발자 역시 분명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반복적인 요청과 수정의 과정 자체가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게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의 개발은 어디까지나 협업을 위한 언어였다. 코드를 잘 짜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단순히 개발자와의 협업을 넘어서, AI와 함께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나는 VSCode를 켜고 Claude를 함께 사용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과연 이게 실무에서 의미가 있을까, 결국 사람이 다시 다 고쳐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구조를 짜주고, 컴포넌트를 나눠주고, 내가 만든 UI를 기반으로 더 나은 방식까지 제안해준다.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여러 번 설명해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몇 번의 질문으로 훨씬 빠르게 정리된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마다 묘하게 소름이 돋는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단순히 AI가 일을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통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Claude는 분명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정확하게 이해하는 건 아니다. 요청이 모호하면 결과도 모호해지고,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던진 질문은 결국 피상적인 답변으로 돌아온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그 정확함은 감각이 아니라 이해에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다시 개발을 배우고 있다. 이제는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AI와 제대로 협업하기 위해서다. 코드를 완벽하게 작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는 이해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결과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구조를 함께 고려하게 된다. 이전보다 더 단순하고 명확한 방향으로 정리하게 되고, 실제로 구현 가능한 형태로 사고하게 된다.


image.png 귀엽지만 일자리를 위협하는 클로드

물론 여전히 흔들릴 때도 많다. 내가 몇 시간 동안 고민한 결과물을 AI가 몇 초 만에 만들어낼 때, 이 일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도 있다.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역할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대신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또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안에서 나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VSCode를 켜고 Claude를 띄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아마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잘 만드는 사람보다,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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