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을 선택했는데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알바’라 불리던 순간부터 권고사직까지

by 연니

24살의 첫 직장

나의 첫 직장은 파견직이었다. 교수님의 권유로 시작했고, 그때는 ‘일단 경험을 쌓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온도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노골적이었다. 그 회사에서 나는 종종 ‘알바’라고 불렸다.


처음엔 웃으면서 넘겼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무게와 상관없이, 나의 위치가 그렇게 정의되는 느낌. 그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그래서 나는 꽤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 다음 직장은 무조건 정규직으로. 그래야 덜 불안할 거라고 믿었다.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권고사직

그 믿음을 흔든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정규직을 기준으로 골라 들어간 스타트업이었는데, 입사 전과 입사 후의 조직 규모가 완전히 달랐다. 이미 많은 인원이 빠진 상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수습 기간 중에 정리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회사에 여유 자금이 없다는 것. 여전히 이 회사의 채용공고는 2개월에 한 번씩 올라온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정규직이라는 형태가 나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지금의 회사 생활 그리고 AI

지금은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 매일 출근하고, 맡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인 상태다.

그런데 요즘은 그 감각이 오래가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 이어지는 변화들을 보면서, 고용이라는 게 생각보다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됐다. 누가 잘못해서라기보다, 상황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라는 것. 단순히 고용 형태만으로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하나가 더 얹혔다. AI다.


사실 AI에 대한 불안감은 고용 불안감과 똑같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내 자리를 위협한다는 감각. 파견직일 때도, 스타트업에서 정리됐을 때도, 지금 AI 앞에서도 결국 같은 두려움이다.


그런데 이미 한 번 배웠다. 형태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AI를 두려워하는 대신, 같이 쓰는 쪽을 택했다. 다만 단순히 빠르게 만드는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놓친 관점을 확인하고 방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AI가 쉽게 해낼 수 있는 건 속도다. 내가 가져가야 하는 건 이유다.


결국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건, 왜 이 화면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유저의 맥락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의 목표와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납득되는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게 지금 내가 지켜나가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AI가 발전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유저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고, 유저는 끝까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UX 디자이너라는 역할이, 앞으로 더 필요해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