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4일 토요일, 아직도 그날의 모든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 대학생 새내기였던 나는 평소 로망이었던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해 첫여름방학을 운전면허학원에 올인했다. 그날도 저번 주와 똑같이 기능시험 코스를 신나게 연습하고 집으로 갔다. 더운 날씨 탓에 땀을 많이 흘려 빨리 씻고 싶다는 생각에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중문 너머로 처음 보는 하얀 솜뭉치가 또르르 달려왔다. 순간 나는 다른 집에 잘못 들어갔나 생각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여니 솜뭉치가 내 옆에 찰싹 붙어 따라왔다. 거실 소파에 앉은 엄마가 우리를 바라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엄마, 이 강아지 뭐야?”라고 물으며 솜뭉치와 눈높이를 맞추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의 머리카락을 냠냠 맛있게 뜯으며 반겼다.
이것이 내가 가장 애정하는 존재인 반려견, 여름이와의 첫 만남이다. 여름이는 단순히 귀여운 반려동물이 아닌 나의 인생관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다.
어린 시절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로봇 같은 사람이었다. 가족, 친척, 선생님,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따뜻한 사랑을 받았어도 부끄럽다는 핑계로 사랑을 주는 것에 인색했다. 그리고 어쩌다 용기를 내서 표현을 해도 너무나 뚝딱거려서 하나마나였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자연스러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누군가가 여름이었다. 여름이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대범하고 리액션 잘하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눈을 마주치면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흔들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 작은 존재를 바라보면 무해하고 무한한 애정이 퐁퐁 샘솟았다. 하루 종일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를 외쳐대도 모자랐다. 아, 로봇 같은 나도 사랑을 표현하고,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작년 겨울, 여름이는 많이 아팠지만 여전히 내 무릎에 앉아 여전히 사랑의 무게와 따뜻함을 알려주었다. 작지만 까맣게 빛나는 눈, 단발머리 스타일의 분홍 귀, 촉촉한 갈색 코, 실크처럼 보드라운 흰 털 그리고 발에서 나는 꼬순내까지 여름이의 모든 것에 사랑과 애정을 쏟아 보듬어 안으며 속삭였다.
나에게 순수한 애정을 16년 넘게 가르쳐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