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여덟 살 김미선 씨였는데,
그녀는 명품 가방을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앉더니 첫마디로 "이거 가짜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일했다는 그녀는, 정확히 말하면 한 달 전에 잘렸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손님의 가방을 훔쳤기 때문이라고, 아니 정확히는 훔치려다 걸렸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담담하게,
그러나 수치심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습니다.
7년간 명품관에서 일하면서
그녀는 매일같이 샤넬 가방들을 만지고 포장하고 손님들에게 건네주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방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어떤 계급의 상징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스무 살 대학생이 엄마 카드로 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서 "이번 학기 전액장학금 받았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는 모습,
서른 살 주부가 남편의 승진 축하 선물이라며 오백만 원짜리 지갑을 집어 드는 모습,
그리고 마흔 살 사모님이 "오늘 기분이 좋아서"라며 천오백만 원짜리 버킨백을 마치 떡볶이라도 사듯 가볍게 구매하는 모습을 매일 목격하면서,
그녀 안에서는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그 가방들을 정성껏 포장해 드리고 리본을 예쁘게 묶어 쇼핑백에 넣어드린 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고 말하고 나면,
퇴근 후 월세 60만 원짜리 원룸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월급 220만 원에서 월세를 내고 식비와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었고,
친구들이 "명품관에서 일하는데 할인 안 돼?"라고 물어올 때마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인을 받아도 그녀의 월급으로는 그곳에서 파는 가방 하나를 사기 위해 일 년을 모아야 했으니까요.
어느 날부터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평생 이 가방들을 만지기만 할까?
단 한 번도 내 것으로 가져보지 못할까?'
SNS를 열 때마다 상황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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