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의 후손 그 무거운 삶

아직 망하지 않았다.

by 정혜영

독립투사의 후손 그 무거운 삶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마흔한 살 이준혁 씨였습니다.

그는 문을 열자마자 말했습니다.

"저는 독립투사의 증손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원망이 동시에 섞여 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순국하셨습니다.

조부님은 해방 후 고향에 돌아오셨지만

땅 한 평 없이 빈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공장 노동자로 사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준혁 씨는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그것은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였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삼 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희 집안이 증명합니다."




준혁 씨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그 친구 증조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친일파였습니다.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을 밀고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지금 강남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 임원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은 유학을 가고 명품을 입습니다."

준혁 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그 친구를 마주칠 때마다 생각합니다.

제 증조할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 친구 증조할아버지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왜 우리의 삶은 이렇게 다른가."

"왜 역사는 바로 서지 않는가.

왜 정의는 승리하지 못하는가."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자랑스럽지 않냐고.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게 자랑스럽지 않냐고."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준혁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증조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지 않으셨다면 우리 집안은 어땠을까.

조부님이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아버지는 어땠을까.

제 인생은 어땠을까."




준혁 씨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나쁜 사람인가요.

조상님들을 원망하는 제가 불효자인가요."

"저는 오십 평생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대학도 못 갔습니다.

결혼도 못 했습니다.

아이를 낳을 형편이 안 되어서

연애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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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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