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다섯 살 박세연 씨였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명품 가방이 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방은 어딘가 어색했습니다.
새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손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샀어요. 드디어 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승리감과 공허함이 동시에 섞여 있었습니다.
"삼 년을 모아서 샀어요. 초과근무 수당 모으고 점심값 아껴서요.
이제 청담동 여자들처럼 이 가방을 들고 카페에 앉을 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에는 기쁨이 아닌 다른 감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자리에 오셨나요."
세연 씨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공허해서요. 가방을 사고 나니까 더 공허해졌어요."
세연 씨는 칠 년 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았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했고
주말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남은 건 빚뿐이었어요.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생긴 빚.
동생 학비 때문에 진 빚.
제 통장은 늘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나는 사랑이 있다고 믿었어요.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돈이 없어도 우리의 사랑은 진실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빚쟁이 집안의 딸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했죠.
그리고 그 사람은 제게 말했어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부모님을 설득하겠다고."
세연 씨는 웃었습니다.
쓰디쓴 웃음이었습니다.
"일 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서 그 사람의 결혼 소식을 봤어요.
재벌 집안의 딸과 결혼했더군요.
하객들은 모두 명품을 걸치고 있었고
결혼식장은 제가 평생 가본 적 없는 특급 호텔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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