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H님이 떠난 후 나는 빈 의자를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그 의자는 너무 오랫동안 비어있었습니다.
먼지가 쌓였고 햇빛이 그 위를 스쳐갔지만
나는 차마 누군가를 그 자리에 앉힐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자리에 새로운 내담자 김민준 씨가 앉았습니다.
서른두 살 청년입니다.
그의 눈빛은 깊은 절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절망은 빚과 자존감의 붕괴였습니다.
H님이 마지막 날 내게 보였던 그 눈빛과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실패작입니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취업에 계속 떨어집니다."
"친구들은 스타트업이다. 유튜버다. 다들 잘 나가고 있는데,
저는 빚 때문에 택배 상하차 일을 합니다."
"부모님께는 거짓말만 합니다.
아직도 제가 대기업에서 일한다고 믿고 계십니다."
그는 졸업장이 실패를 증명하는 낙인 같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정해준 성공의 길에서 벗어난 자신은 가치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 문장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펜을 든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민준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던 날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선명했습니다.
그의 손은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습니다.
"지하철역 앞에서 노숙자를 보았습니다.
낡은 담요를 덮고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인데
다 낡은 동화책을 붙잡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표지도 떨어져나간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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