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여섯 살 김태준 씨였습니다.
그는 수척한 얼굴에 눈가가 푹 꺼져 있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는 빚이 삼억 있습니다."
태준 씨는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습니다. 대출 서류들이었습니다.
"제일은행 칠천만 원, 국민은행 오천만 원, 카카오뱅크 삼천만 원..."
"캐피털 대출 사천만 원, 저축은행 육천만 원..."
"사채 일억 원..."
태준 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정확히는 삼억 천만 원입니다. 이자까지 합치면 더 많아요."
"삼 년 전만 해도 빚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태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지금은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빚만 삼억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됐냐고요."
"도박 때문입니다. 온라인 카지노요."
태준 씨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삼 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광고로 봤어요."
"온라인 카지노 광고였습니다. '첫 충전 삼백 퍼센트 보너스' 이런 거요."
"저는 호기심에 클릭했습니다."
태준 씨는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사이트가 화려했어요. 슬롯머신, 바카라, 룰렛 다 있었어요."
"첫 충전 십만 원 하면 삼십만 원을 준대요."
"그래서 해봤습니다. 어차피 보너스로 받는 거니까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태준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슬롯머신을 돌렸습니다."
"처음에 땄어요. 삼십만 원이 오십만 원이 됐습니다."
"너무 쉬웠어요. 버튼만 누르면 돈이 불어났어요."
"일주일 만에 오십만 원이 백만 원이 됐습니다."
"출금했어요. 진짜 제 통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게 내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태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다음부터 미쳤습니다."
"출근해서도 핸드폰으로 슬롯을 돌렸어요. 화장실 가서도 했고요."
"점심시간에도 도박만 했습니다. 밥도 제대로 안 먹었어요."
"퇴근하면 집에 가서 새벽까지 카지노 사이트에 붙어있었어요."
태준 씨는 손을 떨었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돈을 벌었습니다."
"백만 원이 이백만 원이 되고 이백만 원이 오백만 원이 됐어요."
"오백만 원을 보는 순간 생각했습니다. 일억 만들면 회사 그만둘 수 있겠다고."
태준 씨는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 더 큰돈을 걸었습니다."
"한 판에 백만 원씩 걸었어요."
"처음에는 땄습니다. 오백만 원이 천만 원이 됐어요."
"하지만 욕심이 났습니다. 그만두지 못했어요."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다 날렸습니다."
태준 씨는 대출 서류를 바라보았습니다.
"천만 원을 잃고 정신이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어요. 잃은 돈을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에 갔습니다. 신용대출을 받았어요. 삼천만 원이요."
태준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이번엔 신중하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천천히 하겠다고요."
"하지만 못 참았습니다."
"한 판에 오백만 원씩 걸었어요. 빨리 만회하고 싶었거든요."
태준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이틀 만에 삼천만 원을 다 잃었습니다."
"이성을 잃었습니다."
"더 큰 대출을 받았어요. 제이은행에서 오천만 원, 카카오뱅크에서 삼천만 원."
"총 일억 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도박에 쏟아부었습니다."
"한 번만 대박 나면 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주일 만에 다 날렸습니다."
태준 씨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이 안 됐습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졌거든요."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요. 이미 일억을 잃었는데 그냥 포기할 수 없었어요."
"캐피털에 갔습니다. 사천만 원을 빌렸어요. 금리가 이십 퍼센트였습니다."
태준 씨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펼쳤습니다.
"저축은행에도 갔습니다. 육천만 원을 빌렸어요. 금리 이십오 퍼센트요."
"그래도 모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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