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일흔여덟

사라지는 방식

by 정혜영

사라지는 방식

5 - 일흔여덟


"이번엔 어르신이었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스물셋 여성의 이야기를 나눈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이가 어떻게 되셨어요?"

"일흔여덟. 남성분이셨고요."

일흔여덟. 지금까지 만난 고독사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었다.

"발견된 지는?"

"3주 정도 지났을 때요."

3주. 젊은 사람들은 며칠 만에 발견되는데, 어르신은 3주가 걸렸다.

"어떻게 발견됐어요?"

"관리비 미납이요. 두 달째 안 내셨대요.

관리사무소에서 여러 번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고.

문 앞에 독촉장 붙였는데도 반응이 없어서. 그래서 경찰이랑 같이 문을 열었죠."

김 대표는 그날 오후에 현장에 도착했다. 오래된 빌라 2층이었다. 계단이 좁고 가팔랐다.

어르신이 매일 이 계단을 오르내리셨을 것이다.

"방은... 작았어요. 투룸인데 한 칸은 거의 안 쓰신 것 같았어요. 거실 겸 침실로 쓰신 곳에서 발견됐어요. TV 앞 소파에 앉아계셨대요."

TV를 보시다가 그대로 돌아가신 것 같았다. 리모컨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TV는 꺼져 있었다. 전기가 나간 건지, 아니면 타이머로 꺼진 건지.

"집 안이 깔끔했어요. 정돈되어 있었어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 댁치고는. 설거지도 다 되어있고, 쓰레기도 버리시고."

하지만 뭔가 쓸쓸했다. 너무 조용했다. 사람이 사는 집인데 생기가 없었다.

"거실 벽에 액자가 걸려있었어요. 가족사진. 오래된 거였어요. 아마 80년대? 90년대?"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 셋이 있었다. 남자 둘, 여자 하나. 모두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아버지는 정장을 입고, 어머니는 한복을 입고, 아이들은 단정한 옷을 입고.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어색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

"그 사진이 유일했어요. 다른 가족사진은 없었어요. 최근 사진은 하나도."

책상 서랍을 열었다. 수첩이 있었다. 오래된 수첩. 거기에 전화번호들이 적혀있었다.

손으로 또박또박 쓴 번호들. 이름 옆에.

"큰아들, 둘째 아들, 딸. 그렇게 적혀있었어요. 전화번호도. 근데 경찰이 연락해 봤는데 다 안 되는 번호였대요. 바뀐 거죠. 언제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휴대폰도 있었다. 오래된 폴더폰. 충전해서 켜봤다. 연락처에 자식들 이름이 있었다. 최근 통화 기록을 봤다. 마지막 통화는 6개월 전. 발신. 큰아들한테 전화하신 것. 통화 시간 1분.

문자 기록도 봤다. 보낸 문자만 있었다. 받은 문자는 없었다.

"'잘 지내니'." "'명절인데 올래'." "'손주 보고 싶구나'." "'아빠 괜찮으니 걱정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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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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