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배우등록증

사라지는 방식

by 정혜영

사라지는 방식

7 - 배우등록증



"이번엔... 배우였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설날 고시원 이야기를 나눈 지 일주일 만이었다.

"배우요?"

"네. 정확히는 배우 지망생? 아니, 배우였다고 해야 할까요. 배우등록증이 있었으니까."

50대 초반 여성.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았다.

발견된 건 3주 후. 관리비가 두 달째 안 나와서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했다.

"어떻게 사셨어요?"

"편의점 야간 알바요. 사장님이 신고하셨어요. 일주일째 안 나온다고."

편의점 사장이 전화를 몇 번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서 주소를 찾아 관리사무소에 연락했고, 관리사무소에서 경찰과 함께 문을 열었다.

"방은 작았어요. 원룸. 20평도 안 되는. 근데 깔끔했어요. 정돈되어 있었어요."

침대, 책상, 작은 옷장. 최소한의 가구만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전신거울이 있었다.

"거울 앞에 발견됐어요. 바닥에 쓰러져 계셨어요."

사인은 뇌출혈 추정. 갑자기 쓰러지신 것 같았다. 거울 앞에서.

김 대표는 방을 둘러봤다.

"책상 위에 대본이 있었어요.

여러 권. 오디션용 대본들. 연필로 밑줄 그어져 있고, 메모가 빼곡하고."

대본 표지를 봤다. 드라마 제목들. 영화 제목들. 다 최근 것들이었다. 1년 전, 6개월 전, 3개월 전.

"오디션을 계속 보셨던 거예요. 꾸준히."

책상 서랍을 열었다. 오디션 공고 프린트가 가득했다.

'○○드라마 조연 배우 모집', '△△영화 단역 배우 오디션'.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어떤 건 동그라미 쳐져 있고, 어떤 건 X 표시.

"다 떨어지신 거죠. 오디션."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김 대표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매번 준비하고, 가서 연기하고, 기다리고, 떨어지고. 그래도 또 다음 오디션 준비하고.

옷장을 열었다. 옷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쪽에 정장, 원피스, 블라우스가 깔끔하게 걸려있었다. 오디션 갈 때 입는 옷들.

"신발도 있었어요. 구두. 깨끗하게 닦여진. 오디션용."

화장대를 봤다. 화장품이 정리되어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제자리에.

"거울이 컸어요. 전신거울. 거기 앞에서 연습하셨을 거예요.

대본 보면서. 표정 연습하고, 동작 연습하고."

거울 옆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자신감', '미소', '또렷하게'. 그렇게 적혀있었어요."

스스로를 다독이셨던 것이다. 오디션 가기 전에. 거울 보면서.

책장을 봤다. 연기 관련 책들이 꽂혀있었다.

배우 수업』,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 『연기란 무엇인가』. 다 밑줄 쳐져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혜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10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6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6화6 - 설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