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판결문

사다리

by 정혜영


제12화: 판결문


이주 후 - 월요일 오전 10시 - 법원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었다.


"원고 이준혁의 청구를 인용한다."


상가 주인들 쪽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건물을 명도하고..."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눈물을 닦았다.


"이상 선고를 마칩니다."


망치 소리.


사람들이 일어섰다.


준혁이 변호사와 악수했다. 환하게 웃었다.


상가 주인들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마지막이었다.


복도에서 다른 주인들과 모여 있었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집도 없는데."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같은 시각 - 민호의 고시원


민호는 방 안에 있었다.


시계를 봤다. 오전 10시.


저녁 6시까지. 8시간.


민호는 휠체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


계단을 기어 내려갔다.


거리로 나왔다.


중고매장으로 갔다. 문을 열었다.


"뭐 팔 게 있으세요?"


민호는 주머니를 뒤졌다. 휴대폰을 꺼냈다.


"이거요."


직원이 휴대폰을 봤다.


"오래됐네요."


"얼마 주실 수 있어요?"


"만 원?"


민호는 휴대폰을 도로 받았다.


"괜찮습니다."


밖으로 나왔다.


복지관으로 갔다. 문이 잠겨 있었다. 월요일인데.


벽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임시 휴관 - 시설 보수 중'


민호는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다시 휠체어를 밀었다. 어디론가.


대부업체들이 있는 골목.


한 곳씩 들어가 봤다.


"더 빌릴 수 있어요?"


"신용등급 확인부터 할게요."


몇 분 후.


"안 되겠네요."


다음 곳.


"담보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어렵습니다."


또 다음 곳.


"나가세요. 블랙리스트예요."


민호는 골목을 나왔다.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4시간 남았다.



오후 1시 - 선미 피부과


선미는 진료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오늘 예약. 없음.


미경이 들어왔다.


"원장님."


"응."


"저... 말씀드릴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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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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