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e커머스 공습에 쿠팡은 흔들릴까?
쿠팡이 창립 이후 1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건만 또다시 위기론을 맞고 있다. 2강 구도를 형성하던 네이버쇼핑까지 따돌리며 완벽한 1위를 목전에 두었는데도 무엇이 쿠팡을 위협한다는 말인가? 이른바 '알테쉬'라고 불리는 중국의 e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쿠팡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모바일 앱은 바로 '테무'였다. 앞서 진출한 알리 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 역시 각 국의 e커머스 시장에 진격하면서 중국의 e커머스 플랫폼들이 전 세계 유통, 광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알테쉬 중에 가장 급성장을 보이는 곳은 바로 '테무'다. 테무는 2022년 9월 처음으로 미국에 앱을 론칭한 뒤, 불과 1년 반 만에 남아공을 포함한 50개국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테무 쇼크'를 일으켰다. 전 세계에 쇼크를 일으킨 테무의 비결은 무엇일까? 30초에 약 700만 달러(약 93억 원)인 슈퍼볼 방송 광고를 여섯 차례나 송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쇼핑 외 미니 게임 등 즐길거리 제공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바로 '가격'이다. 실제 테무 앱에 들어가 보면 천 원 이하의 귀걸이, 만원 이하의 신발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뒤에 0이 하나 빠진 건 아닌가?' 할 만큼 싼 가격에 전 세계 소비자들은 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테무의 가격경쟁력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테무는 판매자에게 가혹할 만큼 가격 압박을 가한다. 판매자는 반드시 주 1회 입찰을 거쳐야 한다. 최저 입찰가를 제시해서 낙찰받은 업체에만 테무에서 제품을 판매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내가 지금 테무에서 팔고 있는 제품을 누군가가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들어온다면 나는 다음 주부터 테무에서 제품 판매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바로 같은 제품이어도 다른 플랫폼에서보다 테무가 가장 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가능한 배경 중 하나는 지금 중국에서 제품을 공급할 제조사들이 넘치는 것에 있다.
물론 알테쉬가 공습을 한다고 해도 당장 1위인 쿠팡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알테쉬의 가격경쟁력은 중국 제조사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사가 아닌 경우에는 여전히 쿠팡에 가격협상력이 있다. 그리고 이미 국내에 엄청난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쿠팡의 위협이 되려면 최소 조 단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전 코스트코에서 다뤘던 것처럼 '가격경쟁력'은 유통의 본질이면서 강력한 해자가 될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이들이 입지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진심이라면. 그래서 화끈하게 투자를 감행한다면. 가뜩이나 살기 힘든 고물가 시대에서 가성비의 중국제품에 소비자들이 마음이 더 쉽게 열린다면. 그들의 빠르고 강한 실행력으로 볼 때, 전혀 터무니없는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게 알테쉬의 공습이 무서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