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기록(3)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꾸었다. 정확히는 토막난 몸을 마주하는 꿈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핏기없는 하얀 몸에 약간의 피가 뭍어있었다. 눈을 뜨니 누가 죽였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세세한 내용은 빠르게 지워져갔다. 어렴풋해진 기억 속에는 온기 없는 푸른 몸의 잔상과 그걸 바라보며 느낀 감각만이 남았다. 무섭지도 흥분되지 않았다. 덤덤하고 고요했다. 그 속에 약간의 외로움을 느낀 것도 같다.
다음은 홍수가 난 도시를 헤매고 있었다. 여행 관련 컨텐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럽의 도시와 비슷한 장소였다. 고풍스럽고 높지 않은 건물들이 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 혼자는 아니었고 바로 아랫동생과 함께 있었다.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지 물에 잠기거나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마음이 다급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위기가 닥친 꿈을 꿀 때면 늘상 막내를 찾아다니느라 바빴는데 이번 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두 가지 꿈을 꾸고 일어나 길몽과 흉몽에 대한 생각을 했다. 둘 다 해석을 찾으면 절대 좋은 꿈은 아닐 것 같았지만 내 꿈은 늘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상관이 없었다. 흉몽으로 유명한 이가 빠지는 꿈을 꾸었을 때 주변에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길몽으로 유명한 똥 먹는 꿈을 꾸고 신나는 마음에 복권을 샀지만 작은 금액조차 당첨되지 않았다.
반대로 현실은 꿈에서 힘을 발휘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꺼림칙한 기억조차 끌어올려 보여주곤 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지면 무섭고 불안정한 꿈을 꾸었고 평온한 마음이면 말도 안되는 가벼운 판타지 세상의 꿈을 꾸었다.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그와 비슷한 상황을 꿈에서도 겪었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그 잔상이 꿈에 그대로 나왔다.
꿈이 현실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현실이 꿈에 영향을 주니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건 확실하다. 내일은 조금 달콤한 꿈을 꾸기를. 어이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개꿈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