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기록(2)
며칠은 출퇴근길에 들어오는 모든 자극이 피곤했다. 가능한 순간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시각이 차단되자 전철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와 진동이 바로 와닿았다. 소리도 결국 진동이니 겹치는 말일까.
출퇴근 시간은 편도 1시간 반 정도이니 꽤 길다. 두어 번을 갈아타고 전철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서 있는 건 나름 할만하다. 이동하는 순간은 걷기 운동을 한다 여기면 되니 무의미한 시간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아마도 피로가 쌓인 날들은 몸보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다. 휴대폰을 보는 것도 노래를 듣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은 어떤 정보가 예고 없이 들어오는 것이 싫다. 전철 출입구 위 LED 전광판의 영상 광고, 앞사람이 멘 가방의 영어 문구 등 세세하게 읽히고 과한 해석을 하게 된다. 파고들어 맥락을 살피고 문제점을 떠올리다 너무 깊게 들어간다며 생각을 멈춘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길을 가며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힘들어 눈을 감는 순간이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폰에 몰두하는 걸 보면 많은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인지하지는 못해도 무언가에 열중해 흘려보내려고 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전철이 투명해지는 상상을 했다. 투명해진 전철에서 사람은 지워졌다. 어느 나무가 우거진 자연 속을 달리는 중이라는 상황을 만들었다. 투명한 전철이 자연을 그대로 비추며 달리는 출퇴근길이라면 꽤나 괜찮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