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도토리묵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by 여미

어머니는 내가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 이후 내가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또, 어머니는 내가 도토리묵을 좋아한다고 했다. 학교 급식에서 도토리묵이 나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도토리묵이구나. 맛있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길을 거닐 때마다 우연히 개나리꽃을 보면 어머니가 떠올랐고, 식당에서 도토리묵이 반찬으로 나올 때마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노란색과 도토리묵을 정말 좋아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머니는 내가 노란색 꽃을 보며 밝게 미소 짓는 표정과 도토리묵을 무쳐주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색도 바뀌었고 좋아하는 음식도 바뀌었지만, 어머니 앞에서 만큼은 아직까지도 노란색을 좋아하고,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곤 한다.


노란색 옷을 입을 때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노란색!’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도토리묵을 챙겨주시는 당신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기 때문이다.

노란색 도토리묵.jpg 노란색 도토리묵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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