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접어 두었던 바다를

원대하고도 거대한 생명의 물결

by 여울샘


< 마음속에 접어 두었던 바다를 >

여울


오랜 시간 두려운 마음으로

깊은 마음속 작은 상자에

바다를 고이 접어 두었다.


철썩이는 짙푸른 파도의 소리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가슴을 울렸지만

그 파도의 소리는 내게 오는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돌리고 세상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지쳐 쓰러지고 넘어져

나의 작은 집으로 기어 들어와야 했던

그날 밤, 상자 속 바다는 또다시

짙푸른 파도의 청명한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두려웠지만 더 이상 나아갈 곳도 없었기에

작은 방 속에서 그 상자를 떨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온몸으로 작은 생명을 품으며 지구를 지탱하고 있는

원대하고도 거대한 생명의 물결을 마주한다.


우주의 영원한 힘을 그 안에 지니고 있음에도

세찬 파도로 지구를 호령하고 있음에도

마을의 모래와 작은 생명을 만날 때는

새하얀 손길로 부드러움을 전하던 바다의 푸른 움직임


이제 그 짙푸른 파도의 물결에

부드러운 안식의 품에

영혼을 맡기고 몸을 맡기어 보련다.


그 파도가 영혼을 어디로 데려갈지

지금은 알 수 없을지라도….

그 영원하고도 관대한 품에 몸을 맡기어

세상 가운데 바다의 생명의 춤을 전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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