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vanna Nov 19. 2021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멀고도 험한 학위 논문의 길

   어느덧 석사 과정에 입학한 지 4학기 차가 되었다. 지난 3학기를 돌이켜 보면 줄곧 비대면 수업이었어서 학교를 몇 번 갔을까 말까 할 정도이다. 그 점은 많이 아쉽지만, 시간은 흐르고 졸업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문득 입학 전이 생각났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교수님 저서만 읽고 있었는데, 입학해보니 내가 공부했던 양은 한 시간 만에 지나갈 정도의 양밖에 되지 못했다. '엥 코로나? 입학이 연기돼? 어? 갑자기 사이버강의?' 그렇게 어리둥절하며 한 학기, 악착같이 해보자며 의지를 불살라 두 학기,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하는 자괴감에 세 학기가 지났다.


   3학기를 마친 여름 방학, 나는 졸업 논문 주제를 정해야 했다.


   보통 졸업논문 주제는 몇 학기 일찍 정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저 흥미 있어 보이는 주제의 논문들만 찾아 읽다가 정신 차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말,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바로 어제 1차 논문 심사가 끝났다. 교수님들께서 입을 모아 하셨던 지적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였다.


   먼저 박사과정에 입학한 친구에게 SOS를 요청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개념들을 주욱 설명했다. 전공이 다른 친구의 반응도 똑같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녀의 설명은 그랬다. '네가 이 현상을 여러 도구들을 통해 설명하는데 이 현상이 왜 필요하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아. 너만의 생각으로 그걸 정리해야돼'

   그렇다. 논문은 일기가 아니다. 그냥 내가 편리한 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언젠가 이 논문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대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곧잘 한다. 마치 내가 대학원에 간다고 결정을 내렸을 때 친구들이 '엥? 갑자기 왜? 가서 뭐 공부하게?'라고 질문했듯이, 면접관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요?" 라고 묻듯이..


   당연 교수님들께서도, 그리고 미래 독자가 내 논문을 읽었을 때 '왜 이 현상을 선택하고, 왜 이런 개념, 도구들을 가져온 거야?' 이런 점이 궁금할 테니까..



문제는 내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거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