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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 말랑한 찹쌀떡도 꺼내두면 돌이 된다

채록(彩錄)

by 여운의 색


2024년 3월, 성남 온적공간


매년 여름끼리 다투기라도 하는 것인지

그해의 여름이 그 전해보다 더 길어진단다.


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가 여름이라더니

5월이 중순을 향해가는데 우리 집은 아직도 춥다.


(이래놓고 눈 감았다 뜨면 금방 또 여름이 오겠지)


2024년 10월, 서울숲 플래드카페


아침저녁 봄추위에 마음이 덜 녹았나

건물에 둘러싸인 응달이라 딱딱해져 버린 것인가,


언제부터 이리 뻣뻣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다시 말랑해지기 위해 매일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딱딱한 돌멩이는
파편을 자꾸만 흘린다


2025년 4월, 올림픽공원


어릴 때는 찹쌀떡처럼 하얗고 말랑한 나에게

작은 생채기라도 날까 싶어 굳히기 급급했는데

이제는 말랑한 대로도 제법 잘 버텨내게 되었다.


마음을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먹으면 먹을수록

내게서 튀어나간 파편, 그리고 다른 이의 파편들을

말캉한 내 두 발로 밟지 않기 위해 부산스러웠거든.


2024년 2월, 춘천 베야즈 그로토


언제나 몸과 마음가짐 중에서는

몸의 가짐을 바꾸는 것이 더 쉬웠고

나를 지키는 방법은 단단한 겉모습인 줄 알았지만,


하얀 내가 조금 때타더라도

물렁하던 그 모습만큼은 그대로 두었더라면

전처럼 유연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됐으려나?




그래도 앙꼬는
조금이나마 나중에 굳지


2025년 4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얀 계란꽃


부드러이 말랑거리던 찹쌀떡도

밖에 내어두면 금방이고 돌이 될 것이다.


그래도 다행 중에 다행이라면

겉면의 찹쌀이 먼저 굳어버리고 나야

앙꼬 역시 딱딱해질 수 있다는 것인데,


굳어진 새 튕겨져 나간 조각들은

어디가 찾을 수도 붙일 수도 없겠지만

아직 앙꼬까지 안 굳어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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