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모델은 대부분 마지막 레이어에 활성화 함수(Activation Fuction)를 적용하는데, 심오한 의미를 담은 커다란 벡터를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 형태로 바꾸기 위함이다.
만약 한 직장인이 퇴사를 하면 좋을지 아닐지 분류하는 이진 분류(Binary Classification) 과제를 수행한다면, 활성화 함수로 시그모이드(Sigmoid) 함수를 선택하면 된다. 시그모이드 함수는 아무리 작거나 큰 숫자라도 모두 0과 1 사이의 범위로 바꿔놓아서 확률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진 분류 과제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반환한 값이 -99999999999999이든, +9999999999999이든, -300이든, +5이든 모두 0과 1 사이의 확률 값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값은 퇴사를 하면 좋을 확률로 해석할 수 있다.
시그모이드 함수
그 직장인이 퇴사 후 다른 어떤 회사에 갈지, 여러 후보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다중 분류(Multi-class Classification) 과제를 수행한다면, 활성화 함수로 소프트맥스(Softmax) 함수를 선택하면 된다. 소프트맥스 함수는 n개의 값들을 확률 분포로 바꿔준다. 인공지능 모델이 5개의 후보 회사에 가고 싶은 정도를 [3.331, -1.20, -0.002, 2.91, 0.32]로 수치화했다고 하자. 소프트맥스 함수는 이렇게 값들의 목록이 주어지면 이들의 대소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들의 합을 1로 만들어 각 후보가 최종 선택될 확률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들에 소프트맥스 함수를 적용하면 [0.5707, 0.0061, 0.0204, 0.3746, 0.0281]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첫 번째 회사를 선택할 확률은 57.07%, 두 번째 회사를 선택할 확률은 0.61%, 세 번째 회사는2.04%, 네 번째 회사는 37.46%, 다섯 번째 회사는 2.81%라는 의미다.
소프트맥스 함수
하지만 시그모이드 함수를 하나의 값을 반환하는 과제에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그모이드 함수는 여러 후보 중 여러 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중 레이블 분류(Multi-label Classification)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각 선택이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여러 개를 한 번에 다닐 수 없지만, 회사 주변 맛집을 선정할 땐 여러 개를 한 번에 선택할 수 있다. 어느 한 식당을 맛집으로 선정한다고 해서 다른 한 식당을 맛집으로 선정할 확률이 줄어들진 않는다. 그래서 [쌀국숫집, 오믈렛집, 피자집, 샐러드집, 한식집] 이렇게 5가지 식당 중 정말 맛집이라고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집을 가려내고 싶다면, 소프트맥스가 아니라 시그모이드를 적용해야 한다. 각각이 맛집으로 선정될 확률을 계산하면 되니까, 이들의 합이 꼭 1일 필요가 없다. 시그모이드를 적용한 후의 값이 특정 임계점 이상이면 맛집으로, 미만이면 맛집이 아닌 걸로 분류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임계점은 0.5로 설정하지만, 더 깐깐하게 맛집을 선정하고 싶다면 0.7이나 0.8 정도로 올리면 된다.
직장인의 취미를 고르는 과제라면 어떨까? 취미도 여러 개를 한 번에 가질 수 있으니 시그모이드를 적용하면 될까?
요즘은 취미도 경쟁으로 변한 것 같다. 영화 보는 게 취미라고? 그러면 영화 1,000편 이상은 보고 이러이러한 영화는 당연히 봤어야지. 헬스가 취미라고? 그러면 매일 3시간은 헬스장에 있어야 하고 무게도 이 정도는 들 수 있어야지 등등. 하지만 취미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영화를 많이 봐야지만 영화 보기가 취미인 것이 아니라, 내 자유시간 중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으면 영화 보기가 취미인 것이다.
사람마다 취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르다. 이를 망각하고 자기만의 빡빡한 기준을 세워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취미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는 바보 같다. 시그모이드를 적용해 놓고 엄청 높은 임계점을 설정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사람마다 다른 자유시간 중에서 영화 보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면, 운동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면, 그게 그 사람의 취미인 것이다. 제한된 자유시간 동안 하는 행동들에 소프트맥스를 적용하자.다른 경쟁도 피곤해 죽겠는데, 취미까지 경쟁해야 할까. 취미는 시그모이드가 아니라 소프트맥스로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