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운 Jun 15. 2024

인간은 오버피팅(Overfitting)이 필요해

오버피팅(Overfitting)이란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에선 매우 좋은 성능을 보이나,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검증 데이터에선 처참한 성능을 보이는 현상이다. 이는 주로 모델은 너무 복잡한데 학습 데이터는 적을 때 나타나는데, 학습 데이터의 디테일을 몽땅 외워버리느라 일반화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말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히 공부하는 모범생이 시험 범위가 교과서 한 페이지인 쪽지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그 페이지엔 태극기 사진과 태극기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그러면 이 모범생은 아마 그 페이지를 다 외워버릴 것이다. 해당 페이지에 실린 태극기 사진을 안 보고도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외우고 태극기 설명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외워버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실제 쪽지 시험에는 그 페이지에 있는 태극기 사진이 아니라 약간 다른 각도에서 찍은 태극기 사진이 출제되었다. 이 모범생은 아주 작은 차이지만 시험에 출제된 사진이 교과서의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이 사진은 태극기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시험 문제를 틀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어느 정도만 열심히 공부하는 다른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시험 치기 30분 전에 이 페이지를 3번 정도 읽었다. 당연히 페이지를 몽땅 다 외울 정도로 공부하진 않았다. 그랬더니 이 학생은 시험에 나온 사진과 교과서에 실린 사진이 다른 지도 몰랐다. 시험에 나온 사진도 태극기라고 생각했고 시험 문제를 맞혔다. 이 예시에서 꼼꼼히 공부한 모범생은 매개변수의 수가 많은 복잡한 모델, 어느 정도만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매개변수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간단한 모델이다. (책 <인공지능만 믿고 공부는 안 해도 될까요?>의 내용을 발췌했다.)


인공지능에게 오버피팅은 피해야 할 무서운 존재지만, 인간에게 오버피팅은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인간은 너무 쉽게 일반화를 한다.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정도로 지나친 일반화를 하기도 한다. 운동을 못 하는 한 명의 여성을 보고, '역시 여자는 운동을 못 해'라든지. 범죄를 저지른 한 명의 흑인을 보고, '역시 흑인은 위험해'라든지. 섣부른 일반화를 끝없이 한다. 

운동을 못 하는 한 명의 여성이 학습 데이터라면, 이후 만나게 될 수많은 여성은 검증 데이터다. 이들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운동을 못할 거라고 판단한다면, 당신이 얼마나 단순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셈이다. 일반 사람들보다 매개변수가 훨씬 적고 부족한 모델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셈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나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오버피팅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운동을 못 하는 한 명의 여성을 보면, 그 사람이 운동을 못한다고 판단하면 된다. 범죄를 저지른 한 명의 흑인을 보면 그 사람이 범죄자라고 판단하면 된다. 그 판단을 모든 여성, 모든 흑인에게 적용할 이유는 없다. 못난 편견을 가진 사람을 보면 비웃어주자. 당신은 매개변수가 참 부족하군요. 




Thumbnail Image by Jeffrey F Lin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인공지능 모델의 활성화 함수와 취미 경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