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들 한다. 남들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들이 아니라 놀고 싶은 '나', 대충 하고 싶은 '나'를 이겨야 한다고들 한다.
경험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남들보단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듯하다.
딥러닝 논문을 읽다 보면 "Ablation Study"라는 챕터를 만나게 된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다른 모든 건 동일하게 둔 상태에서 이 논문에서 제안한 방식을 적용했을 때와 적용하지 않았을 때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렇게 실험하면 논문에서 제안한 방식이 성능에 얼마큼 기여했는지 파악하기 쉽다.
"남과의 싸움"에선 이러한 "Ablation Study"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차이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너무 많으면 어떤 요인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거나 졌는지 알 수 없다. 나이? 성별? 외모? 노력? 학력? 재력? 행운? 그래서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없다.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선 그나마 "Ablation Study"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량 늘리기'가 목표일 때 다른 모든 건 동일하게 둔 상태에서 '헬스장에 다니는 나'와 '수영장에 다니는 나'를 비교할 수 있다. 헬스장에 다닐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할까 말까였는데, 수영을 다니니 매일매일 운동하게 되었다면? '수영장에 다니는 나'가 승리한 것이다. 수영이라는 요인이 운동량 늘리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헬스장에 다니는 나'일 때는 야근이 잦았고 '수영장에 다니는 나'일 때는 칼퇴를 많이 했다는 등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통제되지 않는 변수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엄밀한 "Ablation Study"는 평행우주에서만 가능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결국 '나'를 개선할 수 있는 비법은 '나'만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구태여 남과 비교하며 시간과 정신과 마음과 여유를 낭비하지 말자. 남과의 비교는 아무런 비법도 알 수 없는 엉터리 "Ablation Study"니까.
Thumbnail Image by manas rb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