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키를 찾아야 하는 이유
조찬 클럽 The Breakfast Club, 1985
장르: 코미디
감독: 존 휴즈
주연: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폴 글리슨, 안소니 마이클 홀, 존 케이플로스, 저드 넬슨, 몰리 링월드, 알리 쉬디
넷플릭스를 탐방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영화 조찬 클럽은 처음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등장 인물 브라이언이 선글라스 쓴 포스터가 인상적이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위의 포스터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의 포스터입니다. 영화는 토요일 아침 문제아들이 벌로 한 교실에 모이면서 시작합니다. 불량배 존, 레슬링 선수 앤디, 범생이 브라이언, 학교의 퀸 클레어, 괴짜 알리슨은 각기 다른 문제로 토요일 아침부터 학교로 나와 벌을 받게 됩니다. 영화는 학교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아이들의 대화로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교실에 모인 문제아들에게 선생님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에세이를 쓰라고 지시하고는 자리를 비웁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대해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대해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로 되어 있는데 청춘 드라마적인 성향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간 이동 없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갈등과 대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아이들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몰입이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알리슨의 대사는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에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현재 청소년들의 문제와 갈등을 어떻게 비춰줄지도 궁금했습니다. 삶의 방향을 알려주기보단 삶의 방황에 대해 감정적으로 맞설 수 있는 에너지가 담긴 고전 영화 조찬 클럽을 추천합니다.
영화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어렸을 때 봤지만 아직도 그 동심을 기억하게 해주는 수많은 영화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감독이었습니다. 존 휴즈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한 대표작으로는 너무나 유명한 [나 홀로 집에 1,2,3]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강아지가 주인공인 [베토벤], 크리스마스 영화 [34번가의 기적], 동화를 원작으로 한 [101 달마시안] 등에서도 각본을 맡았습니다.
주의!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압 주의 또한 포함해야 될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 아이들은 당신들이 침을 뱉어도 당신의 의견에 면역되었다. - 데이빗 보위
영화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 'Changes'의 가사가 유리창처럼 깨지면서 시작합니다. 데이빗 보위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입니다. 몇 년 전 호주 멜버른에서 데이빗 보위 전시회를 갔었는데 정말 혁신적인 음악가이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 가사로 시작하지만 영화 사운드트랙에는 데이뷧 보위 노래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래는 영화에 나온 데이빗 보위 'Changes'의 가사 일부인데 전체 가사를 보면 이 영화에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And these children that you spit on as they try to change their worlds
are immune to your consultations. They’re quite aware of what they’re going through…”
- DAVID BOWIE
“…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 아이들은 당신들이 침을 뱉어도 당신의 의견에 면역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겪는 과정을..."
- 데이빗 보위
영화 속 문제아들은 분명 문제가 있어서 이 교실에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의 원인은 결국 가정에서 야기된 것이었습니다. 폭언이 오고 가는 가정에서 무시당하며 불량배가 된 존, 아버지의 승부 집착으로 인해 동료 선수에게 수치심을 준 앤디, 부모님의 성적 압박으로 자살 기도까지 한 범생이 브라이언, 부모님은 이혼을 앞두고 있고 사치와 낭비 속에 살고 있는 클레어,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 괴짜 행동을 하는 알리슨 이들은 한 교실에 모여 서로를 경계하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특히 존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지나친 행동을 보였습니다. 존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계속 시비를 걸며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선생님 앞에서 아이들은 존의 편을 들어줍니다. 큰 문제를 피하려는 것도 있지만 선생님의 개입이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이미 아이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었고 단순히 자신의 교직 생활에 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도 문제가 있고 선생님도 외면한 이 아이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에세이를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에세이를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상과 비밀이 담긴 지갑과 가방 속을 공유하며 자신의 진짜 모습과 솔직함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존과 아이들은 존의 사물함에서 선생님 몰래 마약을 가져와 은밀하게 그들만의 해방감을 즐깁니다. 그리고 서로의 지갑, 가방 속을 확인하며 자신들의 물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지갑과 가방는 자신의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분신과도 같으며 자신의 일상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마약이라는 수단을 통해 억압되어 있던 자기 스스로를 해방하고 평소에는 교류도 없었던 서로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과 솔직함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인 마약을 통해 잠깐이나마 억압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수단 또한 아이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다 아이들은 한 곳에 모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곳에 왔는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기 시작합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구조 속에는 아이들에게만 존재하는 리그가 있고 친구 관계에선 지켜야 하는 룰이 존재합니다. 누군가 이 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리그에서 퇴출될 것이고 이것이 최악의 학교 생활을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친구 관계에서 솔직한 대화란 자칫하면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갑자기 낯선 상대 앞에서 자신의 가정사와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내면의 대화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방향을 잡아주는 방향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런 솔직한 대화를 나눌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많은 갈등과 번뇌가 존재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대화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방향을 잡아주는 방향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상하고 괴상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너무 솔직하게 노출해 버리면 상대방에겐 괴짜, 미치광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솔직함이라는 것을 때론 자제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토요일 모임에선 모두 문제가 있어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특이한 점을 쉽게 노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정사나 비밀을 비교적 쉽게 털어놓으며 서로를 비판하기도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인생에서 찾아야 할 답에 대해 감정적으로 맞설 수 있는 발판을 서로에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앤디: 우린 다 괴상해. 그걸 잘 숨기는 사람도 있지만
클레어: 넌 어떻게 괴상한데?
알리슨: 스스로 생각을 못 해
앤디: 맞아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인생에서 찾아야 할 답에 대해 감정적으로 맞설 수 있는 발판을 서로에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정답을 정해놓기에 아이들이 그 틀에서 벗어나면 괴짜, 문제아로 낙인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내주신 에세이 과제를 마쳐야 했고 범생이인 브라이언이 대표로 쓰도록 타협을 합니다. 자신에 대해 쓰라고 한 에세이에 이들이 솔직하게 작성한다면 선생님은 반항적인 문제아로만 판단해버릴 것이 분명했습니다. 어른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정답을 정해놓기에 아이들이 그 틀에서 벗어나면 괴짜, 문제아로 낙인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진 못했지만 이 문제의 원인은 자기 자신이 아니며 누군가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 방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버논 선생님
우리가 잘못의 대가로 토요일 하루를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지 에세이로 작성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보잖아요. 가장 단순하고 편한 정의를 내려서요.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우리는 우등생, 운동선수, 미치광이, 공주, 범죄자라는 사실입니다. 선생님 질문의 답이 되나요?
조찬 클럽 올림
선택의 기로가 많고 번뇌와 고민 또한 많은 학창 시절에 우리의 솔직한 이야기를 누군가 참된 귀를 열고 들어준다면 우리 삶의 방향키를 덜 잃어버리진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솔직함이라는 것을 사용하면 자칫 망상가나 비현실 주의자 혹은 평범이라는 정답 속에서 벗어난 삶을 살려고 하는 위험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아직 선택의 기로가 많고 번뇌와 고민 또한 많은 학창 시절에 우리의 솔직한 이야기를 누군가 참된 귀를 열고 들어준다면 우리 삶의 방향키를 덜 잃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