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본 마음
2015년 5월, 내 첫 비행. 인천–사이공
시범 비행은 경험했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으로 하늘에 오르는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훈련원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은 훈련원이 아니었다.
300명이 넘는 손님들,
그들이 들고 온 크고 무거운 짐들.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는
종지그릇만 한 마음에, 종잇장 같은 자신감을 가진 신입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첫 비행 전날 밤.
동기들에게 받은 비행 정보를 줄줄 외우며
처음 느껴보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마음을 추스르던 시간.
돌아보면, 그 설렘조차 사치였던 것 같다.
그날 나 때문에 고생했을 선배님들께
이 글을 빌어 조심스럽게, 진심으로 사과를 전한다.
공부를 해도, 다시 해도
겪어보지 않은 일은 늘 불안했다.
지각할까 봐, 실수할까 봐
사소한 모든 것이 두려웠다.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새벽 3시에 화장을 하고 머리를 했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는 내 모습.
누가 봤다면, 어디 큰 결심이라도 하고 나가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회사에는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텅 빈 브리핑룸.
모니터 속 비행 정보를 바라보다, 낯선 긴장이 조용히 몸을 흔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긴장 속에 묘한 기쁨이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팀장님의 물음에
‘처음이라 불안하고 긴장돼서 일찍 도착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숫기가 없어 그 말이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머쓱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 내 첫 열정이 빛나고 있었다.
그게, 내가 처음 이 직업을 사랑했던 방식이었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그날 마주한 모든 것들이, 그날의 내 마음보다 더 낯설었다.
나는 허둥거렸고, 진땀을 흘렸고,
아마 손님들도 알았을 것이다.
‘아, 저 승무원. 신입이구나.’
그날의 나는
선배님에게도 손님에게도
자꾸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던 신입이었다.
돌아보면, 그날의 떨림은
첫사랑을 기다리던 마음과도,
새 학기 반 배정을 앞둔 설렘과도 조금 닮아 있었다.
조심스럽고, 서투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떨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기억을 잊고 살았다.
언제였을까.
모든 것이 당연해졌다.
예전의 나는 흐릿해지고,
근무표에 먼저 얼굴이 굳고,
‘왜 나만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불만이 겹겹이 쌓였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했던 모습들이
이따금 내 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보아도 참 별로였다.
기내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저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던 그때.
그 마음을 다시 조심스레 꺼내본다.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고,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싶다.
지금 나는 다시, 예전의 나를 찾는 중이다.
서툴러도 괜찮다.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다.
내 속도로, 내 방식대로.
그날의 마음을
다시 천천히 기억하려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느끼는 어색한 외로움,
문득 스쳐 가는 작은 좌절감.
부디, 그 시간을 잘 건너가길 바란다.
그 속에서도,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을
나처럼 믿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