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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여운 Dec 04. 2019

엉망진창 그래프가 사는 법

How Charts Lie로 그래프 왜곡 살펴보기


프롤로그 : 왜곡


작은 내 눈에는 늘 그것들이 불편했다. 기만이란 단어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었다. 그것들은 필요할 때마다 y축을 엿가락처럼 늘리거나 줄였고 대놓고 불편한 숫자를 가렸다. 상식적인 크고 작음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마치 '이거 슬쩍 속였는데 아무도 모르겠지? 바보들!' 마냥 얄밉게 놀리는 거 같았다.


진실은 완벽하게 그래프 뒤에 숨었고, 그래프는 철저히 어떤 목적의 수단이자 도구로 변질됐다. 기사 안에 텍스트 왜곡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지만 그래프 왜곡은 언제나 외면받았다.  


이유는 없어. 내가 보라는 숫자만 봐!


문제는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했다. 세상 살아가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고 넘어가거나 뭘 그렇게 그래프가 정확하게 그려졌는지 신경 쓰냐고 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사는데 이빨 하나 없어도 큰 불편한 거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6이 3보다 크던지 5보다 크던지 어쨌든 6이 큰 거 아니냐'는 거다.


@머니투데이 the300


그게 불편했다. 흔들리는 치아는 잇몸을 망가뜨리고 일상을 망친다. 그러니 썩은 치아는 빨리 치료하는 게 맞다. 왜곡된 그래프는 내가 좋아하는 저널리즘을 망치는 썩은 치아 같은 존재다. 잘못된 사실을 그래프로 포장하면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별 의심 없이 그래프를 믿었다.


그래서 종종 강의를 나갈 기회가 있으면 올바른 그래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올바른 그래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건 어려웠다. (무슨 약을 파는 것도 아닌데) 강의를 듣고 나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하니 행동이 바뀔 리가 없어 보였다. '그냥 그래프는 디자이너가 알아서 해줘요', '그래프에 왜 그렇게 품을 들여야 하나요?', '그래프 때문에 사람을 채용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조직 문화 아닌가요'


이런 말을 한 3년 듣다 보면... 아 정확하게 3년 간 질문이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아쉽다.


너무 예민한 건가 싶었다.

그러다 한동안 잊었다. 그들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공허함은 피곤함만 낳았다.



매일 데이터와 그래프


중앙일보 편집국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언론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는 SBS 보도국 소속이다) 데이터로 기사를 쓴다는 건 그만큼 그래프를 보고 만지는 일이 많다. 적잖이 언론사의 그래프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훌륭 환경에 들어온 거다. 물고기가 물을 만났지! 자연스럽게 그래프가 들어간 많은 기사를 보게 됐다


매일 아침 네이버 뉴스 경제면 들어가 봐도 왜곡된 그래프는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쉽게 눈에 띄었다. 주로 통신사, 종편, 그리고 경제 매체 비율이 높았는데 그런 그래프는 다시 그려보고 왜곡된 케이스는 따로 아카이빙을 했다. 올해 초에 선배랑 이런 기사를 만들기도 했다.


정부가 왜곡했던 그래프 지적 기사


혹시 그런 그래프를 발견하면 아래 트위터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언론사에서 데이터를 다루다 보면 이슈가 되는 데이터는 틈틈이 살펴본다. 그런 스트레이트 기사 대부분은 출입처 보도자료에 나오는 수치 혹은 출처를 밝힌 데이터다. 즉, 누구나 해당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동일한 작업을 해볼 수 있다.


그렇게 직접 분석해 본 데이터를 나쁜 의도로 보여주는 그래프가 생각보다 많았다. 왜 그럴까? 추측해보면 기자가 디자이너에게 왜곡을 지시하거나 혹은 디자이너가 스스로 시각적 효과 때문에 왜곡하거나. 당사자가 아니면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이런 현실이 변해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프로젝트 : How Charts Lie +


연말과 연초에 개인적인 프로젝트(라고 하면 거창한가)를 해볼까 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의 실천이라고 하자. 이 프로젝트는 'How Charts Lie' 란 책 덕분에 시작하게 됐다. 참고로 이 책은 해외 정크차트를 통해 왜곡된 차트를 비판하고 분석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그래프 왜곡이란 문제의식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프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이 컸는데 좋은 사례이기도 했다.


How Charts Lie, Alberto Cairo


무엇보다 글쓴이인 Alberto Cairo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보여줬다. 큰 자극과 결심을 가져다줬다. 작은 분야이지만 잘못된 게 명확하다면 바꿔보고 싶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먼저 이 책을 정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How Charts Lie'의 본문은 크게 아래와 같이 6개의 챕터(chater)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매주 번역을 하고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Chapter 1 : How Charts Work

Chapter 2 : Charts That Lie by Being Poorly Designed

Chapter 3 : Charts That Lie by Displaying Dubious Data

Chapter 4 : Charts That Lie by Displaying Insufficient Data

Chapter 5 : Charts That Lie by Concealing or Confusing Uncertainty

Chapter 6 : Charts That Lie by Suggesting Misleading Patterns


덧붙여 해외에서 분류한 유형을 분석해보고 국내 사례와도 비교해볼 예정이다. 잘못된 그래프는 다시 올바르게 그려보고 또 분석하면 어떨까 싶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번 글은 앞으로 매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이다. 공개적으로 매주 글을 쓰겠다고 하면 퇴근 후와 주말이 바빠질 거 같아서.


아무튼 저는 매주 왜곡된 어떤 것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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