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씁니다 _ 나의 음식
자, 잘 들어봐. 이제부터 내가 왜 닭발을 먹으면 안 되는지 말해줄게. 내가 스무 살 때 겨울이었어. 아니 스물하나가 막 되었을 때였나, 암튼 그 언저리쯤 겨울이었어. 대학 후문 근처에 포장마차가 몇 개 있었거든. 대충 천막 걸쳐놓고 플라스틱 탁자랑 의자 몇 개 놓고 파는 포장마차였어. 저녁을 먹고 그 포장마차에 갔어. 누구와 함께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겠지. 동기거나 뭐 관심 없는 선배였겠지. 암튼 초등학교 다닐 때 떡볶이 먹으러 학교 앞 포장마차에 간 후로 생애 두 번째로 간 포장마차였어. 소주를 시켰지. 그런데 상대가 닭발을 시키는 거야. 난 닭발을 안 먹어봤거든. 맛있대, 일단 한번 먹어보래. 그래서 알았다고 했지. 닭발이 나왔어. 생각보다 안 징그럽고 괜찮더라. 양념도 빨갛고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나는 게 맛깔스럽게 보였지.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오호~ 매콤달콤한 게 딱 내 입맛이네? 닭발 뼈에 붙어있는 살점인지 껍질인지 지방인지 모를 쫀득하고 말캉한 것도 맛있고 말이야. 근데 갑자기 뭔가 딱딱한 게 느껴지는 거야. 뼈 같은 느낌은 아니고 뭐지? 하고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려 그걸 뱉어냈어. 근데 그게 뭐였는지 알아? 내 치아. 확인해 보니까 왼쪽 끝에서 네 번째 윗니, 그러니까 송곳니가 안 보이는 거야. 어린 나이의 유치가 아니었어. 무려 스무 살의 영구치였어. 평소에 흔들렸던 치아도 아니고 썩어서 아픈 치아도 아닌 멀쩡했던 치아였는데 닭발을 먹다가 빠진 거야. 진짜라니까.
병원에 갔냐고? 아니. 치과에 가는 건 죽으러 가는 길이라 생각하던 나였는데 갔겠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지. 치아 하나 없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웃을 때마다 공간이 텅 비어 있는 게 허전하기도 하고 개그 프로를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적응되니 봐줄 만하더라. 그래도 치과에 가긴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만을 품은 채 1년여 정도가 지나버렸어. 시간은 정말 빨라. 뭐 한 것도 없고 치과에도 못 갔는데 벌써 1년이 지나버린 거야.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치아를 넣자고 하는 거야. 아, 올 게 왔구나 했지. 근데 치과가 아닌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곳을 말하는 거야. 흔히 우리가 야매라고 하지. 내가 쌍꺼풀 수술은 야매로 한다고 많이 들어봤지만 치과를 야매로 한다는 말은 처음이었거든, 아니 생각해 봐. 잇몸을 가르고 치아를 갈고 찌르고 하는데 어떻게 야매로 할 수가 있는지 말이야. 근데 아빠가 그 사람이 진짜 잘한다는 거야. 치과보다도 훨씬 더 잘한대. 아빠의 어금니도 그 사람한테 치료받았는데 엄청 튼튼해서 못 씹는 게 없다는 거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돌멩이도 씹어 먹을 수 있대. 말이 돼? 근데 더 어이없는 건 우리 아빠가 음식 씹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거든. 그 치료받은 어금니의 높이가 안 맞는지 다른 치아랑 부딪쳐서 딱딱 소리가 나는데 그걸 좋다고 나한테도 가자고 하는 거야. 내가 미쳤어? 게다가 우리 아빠 경찰이잖아. 아니 경찰이 불법행위를 하는 곳을 잡지는 못할망정 딸을 데리고 가다니 그게 말이 돼? 근데 내가 돈이 있어 뭐가 있어. 치아를 넣긴 해야 하는데 치료할 돈은 없고 결국 아빠한테 끌려 그곳에 갔지. 나 그 이후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심정 쪼끔 이해한다. 딱 내가 그 돼지였다니까.
그 집은 겉만 보면 평범한 가정집이었어. 흔한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진 대문을 열고 조심조심 들어갔지. 한 열 걸음 걸었나,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현관문을 열었더니 키가 조금 크고 이마가 넓은 아저씨가 막 나오려는 듯한 어정쩡한 자세로 우리더러 들어오라고 했어. 근데 집안이 좀 어두컴컴한 거야. 거실 바닥이며 벽이며 전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색깔이 진하고 어두컴컴해. 신발을 벗고 그 아저씨를 따라 들어갔어. 니스칠을 한 것처럼 맨질맨질한 바닥인데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나는 거야. 그래서 더 조심히 한 발 한 발 걸었지. 안방인 듯한 곳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구석에 있는 방으로 갔어. 아저씨가 방문을 열었는데, 너 혹시 영화 곤지암 봤어? 딱 곤지암이야. 창문도 없이 사방이 어두컴컴한데 어디선가 불빛이 느껴져. 의자. 보기만 해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치과의자가 방 한가운데에 서늘하게 놓여 있는 거야. 어서 오너라 넌 오늘 죽었어, 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 옆에는 내 입안을 마구 휘저을 무시무시한 연장들이 바퀴 달린 선반 위에 놓여 있었어. 그리고 벽이 하얀 욕실 타일이야. 방이니까 벽지였을 거라고? 아니야. 분명 욕실 타일이었어. 피 튀기면 물로 쉽게 씻어낼 수 있는 타일. 나 완전 공포영화 속 실험체였다니까. 그때부터 난 공포감에 사로잡힌 영혼 없는 껍데기가 되어 버렸어. 아니면 아저씨가 몰래 최면을 걸었는지도 몰라. 내 뇌는 도망쳐!를 외쳐댔지만 내 다리는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결국 그 의자 위에 눕게 했거든. 근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당시에 임플란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임플란트처럼 빠진 자리에 치아를 넣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양옆에 있는 멀쩡한 치아 두 개를 갈아서 세 개의 치아 모형을 만들어 끼우는 거였어. 끔찍하지 않아? 오 세상에! 생니를 갈았다니까. 양쪽으로 걸어서 끼워야 안 빠지고 튼튼할거래.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갈았지 뭐. 그래서 난 치아 하나만 빠졌는데 양쪽 치아 두 개까지 갈아서 세 개의 가짜 치아로 살았던 거야. 무려 20년이나. 게다가 새로 한 치아를 보고 내가 짝사랑하던 선배가 심하게 아쉬워하는 거야. 비어 있는 공간, 그게 내 매력이었는데 그 매력이 사라졌다면서 말이지. 진작 좀 말해주지.
20년이 지나니까 양쪽 치아 중 하나가 아팠어. 치과에 갔지. 의사가 보자마자 “이거 치과에서 한 거 아니죠?” 하는 거야. 내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쪽팔리던지. 요즘엔 양쪽 치아를 다 갈지 않고 하나만 갈아서 끼운대. 게다가 나처럼 많이 갈지도 않는대. 도대체 내 불쌍한 치아들을 얼마나 많이 갈아버렸던 거야. 암튼, 양쪽으로 걸쳐서 끼운 세 개의 치아 모형을 뺐어. 그 시원한 해방감을 넌 모를 거다. 너무 시원해서 꼭 발가벗겨진 부끄러움마저 들었을 정도야. 걔네들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겠어. 아무 죄없이 몸 갈려서 작게 만들어지더니 갑자기 컴컴하고 꼼짝도 할 수 없는 곳에 갇혔잖아. 의사는 더 앞쪽에 있는 치아를 레진으로 곱게 덧칠을 해서 본래의 예쁜 모양으로 만들고 모형 2개를 만들어 뒤쪽 치아에 끼웠어. 뒤쪽 치아는 다시 갇힌 신세가 되었지만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자, 생각해 봐. 내가 그 고생을 한 게 다 닭발 때문이잖아. 근데 내가 지금 닭발을 먹어야겠어?
남편은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그럼 뭐 먹을 건데?”
“흐흐흐, 닭똥집.”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 여기저기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 뒤엉키다가 연기처럼 퍼져 사라진다. 10월의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