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기

어린이책 작가교실에 등록하다

by 여여은

그림책 글작가에서 조금 더 넓혀보자는 다짐 후에 내디딘 첫 발은 동화다. 동화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읽어본 적도 없지만 일단 내 머릿속에 끄물거리는 이야기들을 붙잡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었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의 인스타 프로필에서 자주 보이는 '어린이책 작가교실(이하 어작교)'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홈페이지도 없고 제대로 설명되어 있는 글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챗지피티와 제미나이에게 물어 정보를 얻었다.



1년에 두 번 모집하는 어작교가 마침 새로운 기수를 모집하고 있었다. 그래, 배워보자. 지원서를 쓰려고 했더니 좋아하는 동화작가와 출간 1년 안의 동화책 중에 좋아하는 책 두 권을 쓰라는 문장이 보였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동화책을 읽어본 적도 없고 당연히 동화작가도 모른다.

부랴부랴 예스24를 켜서 동화책을 인기순으로 나열했다. 그중 지나치게 가벼운 듯한 책들을 제외하고 제목을 적어 도서관에 갔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아,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써.'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될 일은 무언가에 이끌리며 자연스럽게 되듯, 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빌린 동화를 읽었고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작가도 알게 되었다.



필수포함인 집필원고와 함께 지원서를 작성해서 보냈고 1차 통과를 했다. 그리고 면접.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개인 면담과 함께 기본기를 판단하는 작문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최종 통과를 했다. 내 돈 내고 배우는 수업인데 뭘 그리 따지겠나 싶었지만, 1차 서류에서 탈락한 사람도 있고 면접에서 탈락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매우 운이 좋은 거였다.



어작교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역사가 깊은 수업이었다. 1년에 두 번 모집인데 내가 49기다. 가장 좋은 건, 6개월의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는 졸업생의 신분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이 수업을 거쳤고 지금도 동문회와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나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누군가와 함께 갈 수 있게 되었다. 떠오르는 이야기들 중에서 그림책에 어울리는 건 그림책으로, 긴 글에 어울리는 건 동화로 쓰면서 내 글의 세상을 넓혀가는 게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면접하면서 조언을 받았는데, 계약한 그림책을 무조건 기다리지만 말고 가끔 출판사에 문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출판사가 준비하는 책이 내 원고만 있는 게 아니고, 또한 그림작가가 그리는 그림이 내 원고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꾸 문의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고 말이다. 어작교 교장선생님(이렇게 부르더라)의 경우, 아무 말 없이 기다려봤더니 책이 나오는 데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세상 사는 게 자잘하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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