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잘조잘 이야기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노부타를 프로듀스>

by 여여은

아마 2005년이었을 것이다. 첫 애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고 매일이 정신없던 시절이었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는 말처럼 모든 게 다 엉성하고 부족한 날들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과 달라서 수업의 모든 준비물을 집에서 챙겼고 아침이면 녹색어머니가 되어 아이들 등교길을 관리했으며 매일 아이들 급식 담당까지 엄마들이 했던 시절이었다. 현장학습도 엄마들이 따라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매달 학급 대청소도 했다. 둘째까지 데리고 버벅대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뜬금없이 일본드라마 얘기를 꺼냈다.

"일본 드라마?"

"응. 요즘 그게 재밌대. 사람들이 많이들 본대. 너도 볼래?"



남편이 다운받아 보여준 첫 일본드라마가 '고쿠센2'였다. 한 고등학교에 문제아들만 따로 모아놓은 반이 있는데 그 반에 여자 선생이 부임한다. 그런데 그 선생은 일본 최대 야쿠자 가문의 하나뿐인 손녀로 가문의 작은 우두머리였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문제아들을 교육시키는 내용인데 일본 특유의 과장이 어이없었지만 꽤나 재밌었다. 그 전까지 접한 일본매체라 하면 잔잔한 영화나 애니였는데 이런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드라마라니. 일본드라마는 그 시절의 나와 꽤나 잘 맞았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고쿠센2 이후로 꽤나 많은 일본드라마를 봤다. 당연 고쿠센1, 3를 봤고 노다메 칸타빌레, 오렌지, 꽃보다 남자, 드래곤 사쿠라, 런치의 여왕, IWGP, 장미없는 꽃집... 우리나라 연예인은 누가 누군지 몰라도 일본 연예인은 대부분 알던 시절이었다.



수년간의 일본드라마와의 인연 중에 지금도 가장 가슴에 남은 작품이 있다면 단연코 '노부타를 프로듀스'다. 내용은 간단하다. 한 고등학교에 가장 잘나가는 인기남 슈지(카메나시 카즈야)와 어딘가 이상한 돌아이 아키라(야마시타 토모히사. 야마삐)가 왕따 여학생 노부타(호리키타 마키)를 학교의 인기인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는 내용이다. 그 과정 중에 우정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마지막엔 슈지가 전학을 가고 아키라도 슈지를 따라 간다. 노부타는 왕따에서 벗어나 보통의 학생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된다.



나의 학창시절은 공부에 관련한 숨막힘을 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과도 친구들과도 많이 웃었던, 행복한 추억이 많은 시절이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드라마 노부타가 마음에 남았는지 알 수가 없다. 행복 속에서 어떤 결핍이 있었던걸까. 아니면 그리움일까.

그리움이라 해 두자. 애써 결핍을 찾아서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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