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누군가 길을 물어도 '여기 안 살아서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여기가 어디인지 나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쉬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답이 없는 물음임을 알면서도 몽상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으로 마음이 참 어지러웠던 그런 날이었다.
문득 아이 방학 때 아이와 둘이라도, 단 한 달 만이라도, 바닷가 주변에서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길게 휴가 낼 수 없을 테니 당연히 어렵겠지.'
보통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하고 체념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남편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음.. 그래? 알았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둘만 보내겠어. 인터넷 연결 잘 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을 거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남편은 남은 휴가와 재택근무로 업무 일정을 조율했고 한 달 살기를 하려고 했던 계획은 3주 살기로 수정되었다.
그렇게 남편은 일과 휴가를 함께하는 워케이션을, 아이는 시골에서의 여름방학을, 나는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꿈꾸며 강원도 삼척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삼척 라이프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