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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Feb 03. 2023

아토피 가정이 자리 잡으려면

부모 싸움을 100번쯤 해야..

우리 아이들은 아토피로 지난한 치료과정을 밟고 있다.

아토피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굉장한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받는 일이다.




나는 아토피를 가진 아이의 엄마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모두 돌 전에 아토피 진단을 받아 지금 7살, 4살이 되도록 계속 약을 먹이고 바르고 관리 중이다.


멋모를 첫째 때. 아토피에 대한 두려움, 아니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가기를 꺼렸다. 그래서 최대한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아토피 관련 카페에 가입해 좋다는 크림, 목욕 방법, 입욕제, 오일 등등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온갖 정성을 들였다. 내 딴에는 최고,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시작하자 온몸을 긁는 모습, 거칠거칠해져 가는 아이의 살갗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개선되지 않는 그 방법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었다.


만 8개월 때 결국 병원을 찾았다. 당시에 맘카페에서 잘한다는 의사 선생님을 수소문해서 갔다. 아이의 몸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


“어머님, 여태까지 아이 아토피 어떻게 관리했는지 쭉 말씀해 보세요.”


하셨다.

그동안 보고 들어 직접 바르고 해 왔던 방법을 전부 말씀드렸다. 듣고 난 후 의사 선생님의 말씀..


“어머님, 오트밀 입욕제 사용하는 거 빼고 전부 중단하세요.”


그리고 스테로이드 6등급 연고로 처방받아왔다.

3일 만에 비단결 같은 아이 피부결을 되찾았다. 엄마의 무식함이 아이를 고생시키고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신랑의 핀잔이 더해지며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첫째 때 다니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병원을 떠나셨다. 다른 도시로 갔다는 소문만 전해 들었다. 새로운 선생님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느 금요일, 첫째 손에 이상한 물집이 하나 올라왔다.



동네에 다니던 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께 바로 달려갔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 많이 씻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약처방도 없이 돌아왔다. 주말새에 그 물집은 순식간에 양손, 얼굴로 번졌다..



월요일에 바로 병원에 뛰어갔고, 금요일에 진단했던 선생님이 휴진이셔서 다른 과 선생님을 봤다. 보자마자


“농가진이 심하네요..! 둘째랑 격리시키세요. 전염성이 강합니다. “


하신다. 링거를 맞고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왔다. 갓 6개월이 지난 둘째랑 격리시키라고? 이미 주말에 같은 장난감 만지고 빨고, 한 공간에 있었는데?

결국 둘째에게도 농가진은 옮아갔고, 기본 아토피 피부에 농가진까지 겹치니.. 보기에 처참했다. 도저히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지구 끝까지라도 명의를 찾아내야 했다.


유명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냈다. 그런데.. 초진은 전화예약으로는 3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현장 접수 방법이 있는데 새벽 5시부터 번호표를 배부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랑에게 이야기했다. 나더러 유별나단다. 휴가 낼 수 없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출근했다 돌아와서 잠깐 보는 아빠와 하루종일 아이들과 붙어서 긁고 상처가 번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밖에 없는 엄마의 고통은 강도가 다르다.


그 강도의 다름이.. 부부를 싸움으로 내몰리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토피와 전쟁을 치르며 또 다른 전쟁, 부부싸움까지 같이 치러내고 있다. 아토피 가정이 단단해지려면 아이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부모의 마인드는 기본이고, 부부 서로 간에 힘듦을 털어놓고 소통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수다. 그 과정에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아이들은 눈치 못 채게 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100번쯤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우리도 이게 부부싸움인지 뭔지.. 헷갈릴 만큼.. 능숙해진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단단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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