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 VS 남는 사람, 누가 더 슬플까
22년이다.
22년을 함께한 친구가 4월 말 퇴직을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입사 동기이니 직장 동료라 칭하는 게 더 맞을 테다. 하지만 같은 날 입사했고, 22년이라는 시간의 더께가 씌워져 우리는 지금. 직장 동료 이상의, 친구라는 정체성이 더 알맞은 관계다.
어차피 나도 퇴직을 할 테다. 내 친구의 퇴직일로부터 정확히 1년 뒤.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우리는 퇴사 결정도 함께했다. 우리는 입사도, 퇴사도 쭉 같을 줄 알았다. 같은 날 희망퇴직서를 제출하고 똑같이 1년 계약직 기간을 거쳐 드디어 진짜 퇴사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기간 연장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나는 1년 연장이 되었고, 친구는 연장 없이 계약이 만료되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떠난 이 공간을 혼자서 어떻게 감당할까 두려웠지만, 막상 떠나는 친구를 보내줄 수 있는 위치가 되어 이것저것 소소하게 퇴직 축하연(?)을 준비하다 보니 오히려 이렇게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떠나는 날까지 슬픈지 몰랐다. 오히려 ‘드디어 축 퇴직’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자유의 몸이라며. 22년 동안 회사에 매여 못했던 일 다 해보라며 축하해 줬다.
퇴직 전 날, 친구를 위한 이벤트로 꽃바구니랑 이러저러하게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신랑에게 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첫째.. 뭔가 후다닥, 후다닥 만들더니 내게 들이민다.
색종이로 만든 꽃이다.
“00 이모(퇴직하는 내 친구) 갖다 줘. 내 선물이야.”
한다. 일곱 살 아이가 만든 종이꽃이니 얼마나 유치할까.. 그래도 그 마음이 귀여워 출근 가방에 고이 챙겨 넣었다.(사실 우리 첫째가 직접 가방에 넣었다. 엄마 까먹지 말고 잘 들고 가라고.. ㅡㅡ;)
다음 날 아침, 친구의 출근 마지막 날.
쪼금 부끄럽긴 했지만, 우리 사이에 뭘~하며 퇴직하는 우리 친구에게 들이밀었다.
“우리 **(첫째)이가 이모 퇴직 축하한다고 전해주래.”
하며 무심히 건넸다.
그런데.. 반전..
색종이꽃 뒤에 어설픈 글씨로 쓰여있는
‘**이가’
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뭐지.. 내 꽃바구니 받을 땐, 내 편지를 읽고는 아무 감흥 없다가…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인 색종이 꽃을 보고 운다고..???
그렇게 출근 마지막날 아침 내 친구는 울었고, 나는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다음 출근 일. 텅 빈 친구의 자리를 보며 서운한 건 나의 몫이다.
‘퇴직하니 어떠냐?‘
는 나의 카톡에,
‘그냥 휴가 같은데?‘
한다.
퇴직 날은 친구가 슬펐고,
그날 이후 그녀가 떠난 자리를 보니 매일 보는 나는 지금 슬프다..
떠난 그녀는 무슨 운동을 시작할까? 행복한 고민 중이던데.. 나는 빈자리를 볼 때마다 계속 서운하다.
떠나는 사람 VS 남는 사람, 누가 더 슬플까
답은 남은 사람인 나다. 근데.. 이겼는데 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