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부분적 기억

by 안강

나는 너를 기억한다.

웃는 너를 기억하며

슬퍼하는 너를 기억한다.

나는 동시에 나를 기억한다.

웃는 너와 함께 있는 나를 기억하고,

슬퍼하는 너의 곁에 있던 나를 기억한다.

잊혀가는 것도,

새로운 것도,

모든 것은 기억으로 남겨진다.

필름에 찍히듯

그때의 모습들은 찍히고

영수증에 찍히듯

그때 나누었던 대화들은 찍힌다.

하지만 필름은 바래지며,

영수증 속에 글은 증발한다.

나의 기억은 그러하다.

점차 사라지는 추억이다.

사랑을 지워내며, 아픔을 기억한다.

부족함을 기억하며, 사랑을 지워낸다.

눈의 기억을, 귀의 기억을,

코의 기억을, 피부의 기억을,

뇌의 기억을, 마음의 기억을.....

지워내고 다시 기억한다.

그렇게 기억을 조각내며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반복한다.

나는 너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니

너도 나를 기억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나의 어리숙함은 기억할 것이다.

어리숙함으로 인해 받은

너의 상처는 기억할 것이다.

너를 향한 미안함을 기억할 것이다.

너무나 안일했던 나의 언행을 기억할 것이다.

너의 어둠은 지워내고

빛만 기억하리라.

그러니 걱정 말고

내 기억 속에서 잠들길 바란다.

너는 내게 좋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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