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연

by 안강

어린 시절부터 나는 종종

나만의 세계에 갇혀 살곤 했다.

상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그런 세상.

그곳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가장 강했으며

그렇기에 아무 걱정도 없었다.

허황된 이야기를 사랑했으며

판타지를 사랑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며

현재의 상황이 고달파서,

허황된 이야기를 상상할 시간도 없었다.

세상은 복잡했고 너무 넓었다.

나는 그 속에서 작은 사람이었고

그저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 최선인

한 명의 엑스트라였다.

그렇기에 나는

허황된 이야기를 사랑했으며

나만의 이상이 담긴 판타지를 꿈꿨다.

온갖 기연과 행운이 따르는

그런 삶을 상상하며 현재를 잊어본다.

현재가 힘들 땐 상상 속에 잠기며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본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비록 나지만

나보다 더 밝게 빛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보다 큰 아픔을 겪지 않아서,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니어서,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삶이 현재이지만

나의 이상이 담긴 판타지에서는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지만

그렇기에

판타지를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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