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촛불 하나가 빛을 밝힌다.
어둠이 찾아와 가라앉은 밤이자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진 나의 어두운 방을
단 하나의,
촛불 하나가 밝힌다.
빛이 없는 곳에 홀로 남겨진 나는
눈을 감고 누워있다가
슬며시 감은 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따스한 온기에 눈을 뜬다.
꺼내지도 않았고
켜지도 않았던 촛불이
어둠 속에서 눈 감고 있던 내게 찾아와
빛을 발한다.
어둠이 익숙했고
어둠을 즐기던 나는
갑자기 밝아진 나의 방이, 나의 세상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을 태우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빛을 밝히는 촛불이
고마워서, 고맙고도 고마워서.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빛을 받아들인다.
어둠에 적응한 기간만큼
빛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빛은 매우 밝지는 않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우기에는 충분했고
그림자를 만들기에는 충분했으며
따뜻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촛불의 작은 불꽃을 흔들 때,
촛불은 위태하게 잠시 꺼졌다가 켜지곤 하고
그림자를 움직이게 하기도 하며
서늘함을 느끼게도 했다.
어둠 속에만 있던 나는
빛을 보게 된 이후
어둠을 알고,
그림자를 알고,
차가움을 알게 됐다.
빛이 생기고서 두려움을 느꼈다.
원하지 않았던 빛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던 빛이었는데
그 빛이,
고요하게 어둠 속에서 쉬던 나에게
파문을 불러왔다.
고마웠던 빛이
이제는 밉다.
미워서, 밉고도 미워서
촛불을 불어서 꺼버린다.
나는 다시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
두려움을 잊고,
차가움에 익숙해지며
어둠을 덮는다.
빛을 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