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늘 불현듯

2005년 9월

by 레이리

오랜만에 언니를 만났다. 그 오랜 시간만큼이나 너무나 반가운 얼굴, 언제나 밝고 환한 언니. 내 기억 속 너무나도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그 행복한 추억 속 함께 떠오르는 사람.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의 시간은 진한 커피 향보다도 더 그윽하고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스했다.


그래, 3년 전 나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안데르센 동화 속 마을을 바라다보았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흐르는 노래가 애절해서일까 감수성 많은 나는 필요 이상으로 감상에 잠기고 왠지 모를 아련함으로 가슴이 시려 왔었다.



2002년 필름 카메라로 담은 유럽 사진들


그래... 그때 나는 그랬었어. 조금이라도 내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과 닿으면 똑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릴 만큼 나는 휙휙 지나쳐 가는 유럽 어느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허망하게 뒤로 멀어져 가는 것들을 안타까워했다.

언제 다시 저 풍경에 닿을 수 있을까... 지금 이 똑딱하는 일초도 안 되는 순간에 내 안 몇만 개의 감정선들을 자극하며 스쳐 가는 것들..


내 3년 전 기억 속 나는 유럽의 그 낭만적인 풍경들에 맘껏 취해 있었고 내 감수성의 저 끝까지 맛보며 그러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랬었다. 아... 다시 돌아오지 못해 그립고 아련한 것들이여.

그 행복한 추억 속 오늘 3년 만에 만난 언니가 자리하고 있다. 너와 내가 그 날 그때 함께 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자지러지듯 웃음을 터뜨리는 너와 내가 있었다는 것 그러한 것들이 너와 나를 언제까지나 따스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언니와의 얘기들 속 나는 행복하다.

2002년 필름 카메라로 담은 유럽 풍경


그렇게 언니와의 따뜻한 얘기들을 나눈 뒤 우린 다음 약속을 즐거움으로 남기고 안녕했다.

그리고 잠시 책방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나와 보니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내린다. 억수같이 퍼붓는 저 억센 빗방울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어찌해야 하나.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가 유럽의 어느 낭만적인 마을에서 저 비를 만난 거라면, 나는 분명 그 비까지도 낭만적인 것에 들뜬 내 맘을 한껏 더 부풀게 해 줄 것을 안다. 그러자 알 수 없는 나의 마음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떠민다. 그리고 나는 비를 맞으며 뛰었다.

집에 다다르니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언제나 그렇다. 미친 듯 쏟아지는 내 감정의 봇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오면 알 수 없는 허망함이 찾아오듯이, 무서운 기세로 나를 적신 그 비는 이제 내리지 않는다. 다만 내 옷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그 축축한 비 냄새가 나를 휘감고 돈다.

추억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오늘 내린 그 엄청난 비처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덜컥 다가와 온통 적셔 놓는다. 비에 젖은 내 몸이 덜덜 떨고 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는, 3년 전 내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그리고 그 기억 속 함께 했던 것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2002년 유럽 배낭여행에서 수없이 들었던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
여전히 이 노래는 내게 유럽야간열차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