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오랜만에 언니를 만났다. 그 오랜 시간만큼이나 너무나 반가운 얼굴, 언제나 밝고 환한 언니. 내 기억 속 너무나도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그 행복한 추억 속 함께 떠오르는 사람.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의 시간은 진한 커피 향보다도 더 그윽하고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스했다.
그래, 3년 전 나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안데르센 동화 속 마을을 바라다보았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흐르는 노래가 애절해서일까 감수성 많은 나는 필요 이상으로 감상에 잠기고 왠지 모를 아련함으로 가슴이 시려 왔었다.
그래... 그때 나는 그랬었어. 조금이라도 내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과 닿으면 똑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릴 만큼 나는 휙휙 지나쳐 가는 유럽 어느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허망하게 뒤로 멀어져 가는 것들을 안타까워했다.
언제 다시 저 풍경에 닿을 수 있을까... 지금 이 똑딱하는 일초도 안 되는 순간에 내 안 몇만 개의 감정선들을 자극하며 스쳐 가는 것들..
내 3년 전 기억 속 나는 유럽의 그 낭만적인 풍경들에 맘껏 취해 있었고 내 감수성의 저 끝까지 맛보며 그러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랬었다. 아... 다시 돌아오지 못해 그립고 아련한 것들이여.
그 행복한 추억 속 오늘 3년 만에 만난 언니가 자리하고 있다. 너와 내가 그 날 그때 함께 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자지러지듯 웃음을 터뜨리는 너와 내가 있었다는 것 그러한 것들이 너와 나를 언제까지나 따스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언니와의 얘기들 속 나는 행복하다.
그렇게 언니와의 따뜻한 얘기들을 나눈 뒤 우린 다음 약속을 즐거움으로 남기고 안녕했다.
그리고 잠시 책방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나와 보니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내린다. 억수같이 퍼붓는 저 억센 빗방울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어찌해야 하나.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가 유럽의 어느 낭만적인 마을에서 저 비를 만난 거라면, 나는 분명 그 비까지도 낭만적인 것에 들뜬 내 맘을 한껏 더 부풀게 해 줄 것을 안다. 그러자 알 수 없는 나의 마음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떠민다. 그리고 나는 비를 맞으며 뛰었다.
집에 다다르니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언제나 그렇다. 미친 듯 쏟아지는 내 감정의 봇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오면 알 수 없는 허망함이 찾아오듯이, 무서운 기세로 나를 적신 그 비는 이제 내리지 않는다. 다만 내 옷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그 축축한 비 냄새가 나를 휘감고 돈다.
추억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오늘 내린 그 엄청난 비처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덜컥 다가와 온통 적셔 놓는다. 비에 젖은 내 몸이 덜덜 떨고 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는, 3년 전 내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그리고 그 기억 속 함께 했던 것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2002년 유럽 배낭여행에서 수없이 들었던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