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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예리 May 24. 2023

근육 할머니를 꿈꾸며

제가 갑자기 손바닥 굳은 살 자랑을 한다면 그러려니 이해해 주세요..

손가락과 손바닥을 잇는 부분에 굳은 살이 단단히 박혔다. 이 녀석들(?)을 만지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단 증표 같아서다.


헬스를 처음 시작한 건 2018년 초다. 잇따른 취준 실패로 정신이 피폐하던 시기였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헬스장을 등록했다. 솔직히 처음엔 기성용 선수를 닮은 트레이너 선생님 보는 재미로 헬스장에 갔다. 그러다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스쿼트, 데드 리프트 등 기본 동작을 배우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점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취업 준비생이란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생활에서 유일하게 삶의 중심을 잡아줬던 게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그 사이 바라던 기자가 됐고, 어느새 5년 차가 됐다. 그간 나태한 시기가 있긴 했지만 헬스를 그만 둔 적은 없다. 중간에 요가와 필라테스 병행도 해봤지만 결국은 헬스로 돌아왔다. 습관적으로 헬스를 다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최근 PT를 끊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너무 재밌다.


헬스가 취미라고 하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코멘트는 "운동은 같이 하는 게 재밌지. 혼자 하는 게 뭐가 재밌어?"였다. 이 말은 나란 인간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경쟁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이기는 게 좋다. 그래서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건데, 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다. 헬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와의 싸움에서만 이기면 되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건 내 선택이다. 내가 자의적으로 한 선택이니 책임도 내가 진다.


요즘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운동을 배우면서 헬스의 또 다른 재미도 알게 됐다. 운동 계획을 내 마음대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하체 운동도 종류가 다양하다. 운동 순서, 세트, 횟수, 무게, 휴식 시간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도 많다. 어떻게 루틴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자극을 받는 느낌도 다르다. 루틴이 무궁무진하단 점이 마음에 든다.


이번에 PT를 끊으면서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요구했던 점은 "제가 혼자서도 계속 운동할 수 있게끔 알려주세요!" 였다. 선생님은 이 요구사항 대로 근육이 작동하는 방식, 힘을 주는 방법 등 원리에 대해 잘 설명해주신다. 단순히 동작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해당 부위에 자극을 느끼려고 노력하다 보니 헬스가 더 재밌어졌다.

팔이 너무 아픈데도 자세히 보면 웃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다. 근육통에 광대 승천한(?) 모습을 트레이너 선생님이 찍어주셨다.

글로 적다 보니 나란 사람은 정말이지 독립적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간섭을 받기 보단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선호하는 특성을 지녔다. 좋은 말로 포장을 해서 그렇지 제멋대로인 인간이란 인지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내 생각에 공감하는 분이 있다면, 헬스를 강력 추천한다. 헬스야말로 여러분 적성에 맞는 운동이다. 건강은 물론이고 힘이 세지는 기분과 손가락과 손바닥 사이 굳은 살은 덤으로 얻게 된다.


지금 생각으론 할머니가 돼서도 계속 헬스를 할 계획이다. 김종국 씨처럼 운동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근육맨 할머니! 참 멋지지 않은가! (물론 오늘은 운동을 제끼고 맥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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