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으면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부끄럽지만 지금의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현직 기자가 정치에 무지하다는 건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는 데 깊이 공감한다. 비판한다면 달게 받겠다.
무지함을 인정하면서까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명료하다. 정치적 발언의 필요성을 체감해서다.
최근 김남국 의원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술이 가치중립적이기 힘들다는 데 깊이 공감하게 됐다.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산업이 꽃피우려면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혁신적이고 가치가 뛰어나도 제도와 별개로 연관 산업이 부흥하기 어렵다. 정책적 지원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산업을 2019년부터 취재해 오면서 나 역시 업계 부침을 함께 겪었다. 가상자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탈블(탈 블록체인)이 유행하던 2020년 중반기 무렵 내가 속해 있던 매체도 위기를 겪었다. 기자들은 2.5일 근무 체제로 바뀌었고, 월급은 절반으로 줄었다. 블록체인 산업이란 기울어진 배에서 누가 먼저 탈출하느냐 눈치를 보던 시기였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잇따라 퇴사 소식을 전하는데도 내가 남아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판단하기에 나보다 똑똑한 인재들은 여전히 이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겁하게도 당시 나는 타인에게 의사결정 책임을 미뤘다. 다행히도 그들의 선택은 옳았고, 나는 그들 선택에 힘을 실어준 덕분에 현 위치에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업계 취재를 하다 보면 많은 기업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김 의원 논란과 관련해 기술적 측면에서 팩트체크를 요청했는데도 거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로잡아야 할 쟁점이 많은데도 묵묵부답이다. 행여나 정쟁에 휘말릴까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다.
이 글을 읽고 사업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건방지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진심으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산업이 진입장벽이 높고,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해를 살 만한 요소가 많다는 점에 대해 누군가는 소신껏 발언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는다. 공개 발언이 어렵다면 매체를 통해 익명이라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산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전문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면 사짜 전문가가 판을 치게 되고,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불신을 강화할 수 있다.
기술은 현실 세계와 동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가치중립적이기 힘들다. 여야가 블록체인 산업 성장에 힘을 모으고, 협력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