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장 쓰기 - 책 읽은 동기 2
"책 읽을 때마다 동기란 게 있을 수 있어요? 거기다 우린 동기를 쓰지 않았다고요."
방학을 앞두고 그간 작성했던 논술 노트를 토대로 벼락치기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면서 한 학생이 한숨을 쉬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해 오면서 난 한 번도 '책 읽은 동기'를 써보라고 한 적이 없었다.
"자, 여길 봐. 이 책의 의미에 대해 네가 이렇게 써넣었잖아. 이게 바로 동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
모파상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소설가다. 그의 단편집에는 이상 성격의 소유자나 염세주의적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쉽게 희망을 잃거나 좌절하며 포기하는 사람들. 그런데 아이라니 한 것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2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모파상 단편집'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의 은따는 너무도 흔한 문제다. 그 수위가 각기 다르겠지만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은따를 경험해 볼 만큼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만큼 은따를 당한 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 또한 천차만별이다. 어떤 아이는 툭툭 털고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많은 아이들은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가진채 오랜 시간 힘들어할 것이다. 어쩌면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처럼 자살이나 자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을 수도 있다. 은따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지 가늠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아한 거짓말'에 대해)
'마법천자문'의 원작이 '드래곤볼'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손오공은 완구회사 이름이거나 짱구나 도라에몽 같은 만화 캐릭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후 받아 든 필독도서 목록에서 발견한 '서유기'라는 제목이 낯설기만 했던 까닭이다. 지금껏 알고 있던 손오공이 진짜 손오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왠지 모를 배신감과 굴욕감이 밀려왔다.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도 이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니, 기가 막힌다. 5백 년 전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손오공을 탄생시켰는지, 그동안 알지 못한 진짜 손오공의 매력이 궁금했다. (about. 서유기)
책을 읽은 동기란 즉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뜻한다.
책의 표지나 외관, 제목, 추천을 통해 선택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책은 그 가치와 의미에 의해 선택되어야 하며 그것을 인지하고 책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아한 거짓말'의 경우 "은따의 실태"에 대해 물었고 '모파상 단편집'은 "모파상 단편집의 특징 혹은 공통점"에 대해 물었다. '서유기'에서는 "'서유기'를 읽기 전 '손오공'을 알게 된 배경"을 물었다. '책을 읽은 동기'에는 수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책의 어떤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책을 읽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