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아저씨, 오래 파세요

운암시장 김 씨 아저씨 2

by SuN ARIZONA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 다시 장날이 왔다.

알록달록 빛바랜 파라솔들 아래로 신바람 난 시장 가방들이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간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빨간 입술의 요구르트 아줌마의 표정만 여유롭다.

늘 사람이 모여있는 허스키한 목소리의 채소 아주머니 발아래에는 가격이 적힌 골판지가 던져져 있다.

오이 세 개 이천 원. 무 한 개 천 원.

뭐라도 주워 먹고 나올걸, 허기진 뱃속이 뭐든지 많이 사라고 두꺼비 소리를 내며 재촉한다.

만만한 오이 세 개와 새파란 깻잎 한 다발을 사서 김 씨 아저씨에게로 향한다.


은근한 오르막길엔 과일상점들이 이어지고, 제과명장의 빵집을 지나 이불가게 어닝 아래에 섰다.

오늘도 물 좋은 과일을 눈으로 골라내는데 그 앞에 늘 서 계시는 김 씨 아저씨가 없다.

지난주에 왔을 때도 동업자 덩치 아저씨만 계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다.

빠알간 못난이 사과를 만 원과 바꾸며 덩치 아저씨에게 지나가는 길 묻듯 물었다.


"김 씨 아저씨 어디 갔어요?"

"봉고차에서 짐 내리다가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졌다네, 지금은 수술하고 누워있소"


눈에 띄지 않게 한쪽 다리를 저는 아저씨를 얼어붙은 눈 바닥이 봐 주지를 않았나 보다.

"진짜요? 어느 병원이요?"

"요 앞에 운암병원"


사람 좋은 눈웃음이 선한 아저씨의 완쾌를 사과가 다 먹어 없어질 때까지 기원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안녕을 비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빨리는 못 나오실걸 알면서도 과일 노점을 지나갈 때면 아저씨의 얼굴이 나왔는지 찾았다.



운암 도서관 울타리에 개나리가 노랗게 넘거린다.

때마침 차장 밖 건너편 길가의 감시카메라 아래에 파란 용달차가 보였다.

유턴을 하여 비좁은 골목길에 주차를 대충 해 놓고, 그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불가게 어닝 아래에서 과일 파는 아저씨를 바라본다.

김 씨 아저씨는 몇 가지 과일을 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만 씩씩하게 살피고 있었다.

열 발자국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몇 달 안 보이시더니 나오셨네요"

"다리가 부러져 갖고 수술했소"

아저씨는 시키지도 않은 바짓단을 걷어 올려 정강이에 흉터가 된 칼자국을 보여주셨다.


"아이고 많이 아프셨겠어요... 사과 만 원어치랑 토마토 만 원어치, 키위도 주세요"

반쪽이 된 얼굴이라도 봤으니, 더는 묻지 않고 과일만 두 손 무겁게 사서 돌아왔다.

내 주변의 누구라도 별일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김 씨 아저씨, 오래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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