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시장 김 씨 아저씨 1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이면 길가에 졸졸이 옥수수알 맺히는 노점들. 운암시장.
오늘도 단속카메라 기둥 바로 아래 무적의 공간에 프로페셔널하게 주차를 하고, 파란 용달차에서 과일을 내려파는 김 씨 아저씨.
작달막한 키에 이유는 모르지만 한쪽 다리를 눈에 띄지 않게 저시는데도, 목소리는 언제나 당차다.
가게도 아닌지라 이름 하나 없지만, 그 자리에서 철 따라 과일을 산 지 얼추 5년은 넘은 것 같다.
장이 서면 다른 집 다 놔두고 굳이 굳이 박스 떼기 채 파는 그 집으로 간다.
아저씨는 손님이 오면 곧바로 검은 봉다리를 탁탁 털어 공짜 바람 먼저 가득 담으며 생기를 전달한다.
그 스킬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5미터 정도 떨어진 이불가게 어닝 밑에서 눈으로 과일을 고르는 잠복 전술을 쓴다.
딸기, 참외, 자두, 수박, 사과, 배 철 따라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두 개 더 넣어줘요. 세상에 너무 비싸다"
하루는 그곳에 도착해 보니 명품백을 든 중년의 어머님 두 분과 김 씨 아저씨와 흥정이 한창이었다.
흥정이라는 것은 서로 쿵과 짝이 맞아야 되는 것인데, 김 씨 아저씨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어닝 아래에서 지켜본 결과, 아주머니들이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참외를 들었다 놨다 하며 지문을 묻히고, 코끝을 대어가며 향을 맡고 있었다.
아주 금싸라기 보석감별사가 따로 없었다.
사지도 않고, 안 사지도 않으면서 가지도 않으니까 아저씨가 성가셨던 모양이었다.
진퇴양난의 참외 대치의 상황. 아저씨의 입술이 씰룩거리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점심때 반주라도 한 잔 자셨는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여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았다.
나는 하찮은 구원투수라도 되어 보겠다는 심정으로 열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참외 만 원어치 주세요..."
아저씨는 이미 아까부터 내가 와 있는 걸 알고 계셨을 것이다.
검은 봉다리에 참외 일곱 개를 독수리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넣어주시면서 두 개는 서비스라고
누구 들으라는 듯 말했다.
고래 등 사이에서 생각지도 못한 금싸라기 훈장을 받게 되자 어깨가 쭈뼛거리며 실웃음이 새어 나왔다.
운암시장 한편에서 보란 듯이 만원 한 장과 노란 참외봉지가 리드미컬하게 오고 갔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뒤돌아 나오는데, 등 뒤로 김 씨 아저씨의 당찬 불호령.
"아따 안 팔랑께 가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