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 된 것 같다.
내가 거꾸로 세상에 온 걸까?
어쩌면 이게 꿈인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 열심히 산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는 게 아깝다.
"너도 이참에 좀 푹 자고 푹 쉬어!"
푹푹 삶기는 기분이다.
푹 쉬는 삶이라.
"제가 제 안티에요..."
지금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내가 했던 말이다.
퇴근하자마자 대학원에 가고
석사 과정 중이면서 박사 수업 들으러
비는 시간에 또 수업 듣고
프로젝트 참여 하느라 방학도 없이 지냈다.
주말에는 플룻을 불고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가했고
아카펠라 동호회도 다니며 또 공연을 했다.
그게 너무도 인상적이었다는 남편.
어제도 새벽 바람으로 일어난 나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나보다 더 빡세게 사는 거 같아?!?"
"그러게... 내가 내 안티라고 했잖아..."
나는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좀 쉬어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두 아들이 내 눈길을 원하고 있다.
아는데 쉽지 않다.
미안했다가
화를 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할 게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오늘도 주체하지 못하다
고꾸라진다.
일단 자야하는데
내가 내 안티라서 잠도 안재운다.
그래 인정하자.
이건 불.안.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자꾸만 더더더 하게 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하지만 알랭드 보통이 말하지 않았던가.
불안도 때론 쓸모가 있다고 말이다.
불안하여 잠 못 들던 이들이 어쩌면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걱정과 취약성이 그들을 성장하게 만든다.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오늘도 성장 중이다.'
'매일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잠이 안온다면
악다구니 한 번 쓰지 뭐.
"열심히 사는 게 어때서!! 난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다고!!!"
그래도 하늘에 계신 아빠를 생각하면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도닥여본다.
조금 내려놔.
움켜쥔 손 좀 활짝 펴고...
괜찮아.
괜찮아.
충분히 잘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