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한 채는 무조건 있어야죠!"
"레버리지는 기본이에요!! 그건 착한 대출이라고요."
열변을 토해봐야 극 안정을 지향하는 사람이나
집값 폭락주의자를 만나면 목만 아플 뿐이다.
한편으로 정치 이야기처럼 재테크 또한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오늘의 나에게 말해본다. 나는 정말 우연찮게 첫 집을 매수하고 운 좋게 갈아타기에 성공했을 뿐이다.
이미 오를만큼 올라버린 집을 고점 대비 몇 프로 떨어진 가격이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조언을 해 줄 수가 있나? 엄청난 전문가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닌데... 책임을 지지도 못할 일을 부추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기분 좋게 오늘의 기쁨을 나누고 말 것을 어쩌다 재테크로 이야기가 흘러버려 마무리가 조금은 어색해지고 말았다. 물론 상대는 아무런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덕분에 힐링했어요♡♡♡
암쪼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요~~
재테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나답게 사는 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겁게 사는게 최고!!!!"
함께했던 사진에 덧붙여 짧은 메세지를 전했다.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또 만나요^^
담엔 어디가니 좋더라...
어디가 맛있더라...
이런 얘기해요..ㅋㅋㅋㅋㅋ"
이렇게 답장이 왔다.
어디 놀러다니며 맛난 거 먹으며 사는 삶~~~
과연 그 사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게 될지
가만히 앞 일을 그려보았다.
얼마 전 계약했던 일력을 쓰고
또다른 계약을 기다리고 계신 출판사 대표님께
드릴 목차를 열심히 쓸 것이고
나와 공저를 쓰고 싶어하시는 분과 기획서를 쓰고
성인과 어린이 대상 북클럽을 운영하고
또 어떤 책을 쓸지 어디서 강의를 할지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긴다.
옷, 헤어스타일, 인간관계까지도.
그리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알아간다.
뭘 모를 때는 이거저거 다 입어보며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헤맨다.
어느순간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시기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내가 좋아하는 옷은 다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입어야 하는 옷 또한 다른 경우가 많다.
삶 또한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삶은
집을 예쁘게 꾸미고 적당히 차려입은 후
한가로이 책을 읽고 달콤쌉싸롬한 밀크티를 마시며
이런 저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예쁜 집이 아니라
밥풀이나 먼지 굴러다니지 않는 집이면 족하고
내 책 읽는 시간보다 아들들 책 읽어주고 챙겨주기 바쁘며
힐링하는 글쓰기가 아닌
집필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 삶이 싫지는 않다.
나에게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이 생겨도
마냥 놀지 못하는 인간이 나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가
내 삶에도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자유로운 삶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한 때 그런 친구를 동경하며 가까이 지냈던 적이 있다.
결론은?
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될 뿐이었다.
재미도 알맹이도 없이 길어진 이 글을 마무리하자면,
결국 각자 입는 옷이 다르듯
각자 살아가는 삶 또한 다르다.
강요할 필요도
비난할 필요도
동경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자기만의 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 사이 필요한 것은
그저 그 삶을 서로 다정하게 바라봐주고
마음 깊이 응원해주면 되지 않알까?
친절하라.
최선을 다해 친절하라.
_<아름다운 아이>, R.J.팔라시오, 4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