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일요일 출근
알람소리에 때맞춰 깨어났다.
밤을 꼬박 넘기고 한 시간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는 주말.
정말 엉망이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요 며칠, 조금 늦더라도 새벽 한 시께에는 잠들고 새벽 여섯 시 대에는 일어나는 날의 연속. 심지어 새벽 다섯 시 오십이 분에 깬 평일도 있다.
어제는 언제 잤더라. 모든 시계가 0시를 넘기는 걸 보고 이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은 절대 잡지 않았다. 그런 밤이면 스르륵 잠이 든다. 무언가 꿈을 꾼 것처럼 찝찝하지만 알람 소리와 함께 여섯 시 반에 일어났다. 지난밤 사다 놓은 빵을 먹고 여유롭게 출근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방문을 연다.
어둑한 새벽. 간밤에 비가 내려서 서늘하고 촉촉하다.
티비 앞에 앉아 멍하니 다큐 3일을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도, 여유가 있다. 푹 자고 제 때 일어나는 아침은 이런 거구나.
세수를 하고, 렌즈를 끼고. 이런저런 출근 준비를 한다. 7시 30분경 우리 동 뒤를 지나는 버스를 확인한다. 저 버스가 지나면 다음 버스 알람을 설정해서 그걸 타야지. 머리를 빗으며 이따금씩 버스앱을 확인한다. 이 불안한 기운. 종점을 출발해서 여기까지 20분이 걸리지 않는데, 버스의 도착을 알리는 숫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12분. 대로변을 달려 금촌까지 가는 버스가 동네 어귀까지 12분 후면 도착한다. 지금 나서면 충분하다.
나는 텀블러를 챙겨 가방에 넣고, 촉촉한 거리를 나선다.
걷는 시간이 네 생각 이상으로 길거라고, 택시비를 들고 애타게 바라보는 엄마를 뒤로 하고. 힘차게 걷는다.
내 걸음으로 충분치 않으리라는 불안이 주먹만큼의 크기.
매 걸음마다 그 불안의 크기는 조금씩 줄어든다.
내가 버스보다 먼저 도착했다. 무사히, 고른 숨으로 버스에 오른다. 지난밤 편히 잤다. 일찍 일어났다. 기분 좋게 배 부를 만큼 아침 식사를 하고, 필요한 모든 일을 했음에도, 매일 타는 버스에게 배반을 당했을 때 바로 다른 길로 돌아가도 충분할 만큼의 여유가 있었던 아침이다.
버스에 올라 생각했다. 인생에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지나는 버스가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바로 다른 길을 찾는 과감함이, 그래도 될 만큼 준비된 여유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인생의 모든 시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지금껏 타야 하는 버스를 놓치면 편안한 길을 택했다. 역까지 택시를 타버리거나, 꼭 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포기하는 쪽.
매일 타는 전철의 풍경이 아니라, 길게 타는 버스의 낯선 풍경을 택한 아침. 내일도 모레도, 인생의 그 어느 순간에도 준비된 사람이 되리라. 그러면 내 인생의 전개도 결말도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