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개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화요일에 서울에 갔었습니다.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즐기지 않는 터라, 꿈을 많이 꿨었어요. 사진을 진짜 잘 찍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 몰라서 꿈에서 혼자 하지도 않는 화장을 하다 망치고. 그럴 정도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래도 평소에 화장을 안하는 제가 꿈에서는 얼굴에 음영을 넣고, 하이라이터로 코끝을 막 칠하고 그러더라니깐요?
스트레스 받으면 많이 먹는 편이라, 그동안 꾸준히 살크업을 해서 더더 사진 찍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32년 동안 신문사에서 기자생활 하신 작가님에게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초행길이라 엄청 긴장을 했어요. 오전 10시에 촬영 예약을 해둔 터라, 새벽 6시 반에 일어났지만 따로 대단한 준비를 할 여유도 없었고요. 그냥 안경 벗고 렌즈 끼고, 평소보다 공들여 선크림만 바르고 눈두덩이만 칠했습니다. 루주로 입술에 칠 좀 하고요. 이래 가지고... 사진이 제대로 찍히겠는가?!! 화장이라도 제대로 할 것을... 이제와 후회해도 소용은 없지요.
일단 얼굴은 매우 마음에 들게 찍혔습니다. 역시 베테랑이셔서 얼굴의 어느 쪽이 예쁜지를 딱 잡아내시더라고요. 그리고 분명 실제로 봤을 때는 그렇게 덩치가 크지 않은데(이정연의 주장), 비싼 카메라로 찍으니까 덩치는 더욱 부하게 나오고 얼굴도 적나라하더라고요. 진짜 얼굴을 보고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연예인들이 왜 그토록 깡마른 몸을 유지하는지, 본인의 얼굴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지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얼굴은 건졌는데 살을 빼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도 안 먹었네요. 고민하다보니 밥때가 지나가는 줄도 몰랐어요.
기력이 없어서 쉬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기운 차리고, 출판사에서 주신 텀블벅 상세페이지를 확인하며 출판사 대표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진진과 또 길고 긴 이야기를 했어요. 옆에서 우리 아드님들이 소리를 질러도, 진진은 저와의 대화에만 집중합니다. 오히려 제가 "산이가 뭐라고 하는데?" 하고 대화를 잠시 끊을 정도였습니다.
전 육아를 모르지만, 진진의 정연사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그러더라고요. 저하고의 대화가 재미있으니까 만사 제쳐놓고 저에게 집중하는 거라고요. 제가 유재석도 아닌데, 진짜 제가 그렇게 재미있겠어요? 그냥 제가 복을 많이 지어서 진진 같은 친구 만났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작가소개글도 써야 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또 작가소개글 쓰는 꿈을 내리 며칠을 꿨는지 몰라요. 오가는 전철에서도 생각하고, 정말 길이길이 남을 짧고 강렬한 문장을 쓰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인가 꿈에서 대박 멋진 글을 쓴 거예요! 그런데 일어나니까 하나도 생각이 안 나.
결국 오늘에서야. 텀블벅 상세 페이지 수정할 것까지 체크를 다 하고 나서야, 프로필 사진도 완료되고 나서야 대표님께 메일을 작성하면서 단번에 막힘없이 작가소개글을 썼습니다.
그걸 다 써서 정남이에게 보여주었고요, 진진에게 카톡을 보내두었고요, 사랑하는 친구 봉숭아에게 보냈습니다. 일단 깨어있던 정남이와 봉숭아의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출판사 대표님께 메일을 전송하였습니다.
가슴이 울렁거려요. 감히 내가, 하는 심정으로 살았지만 분명 남몰래 수백, 수천번 작가소개글을 썼을 겁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작가소개글을 썼네요. 이제 좀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아침이 밝아오면, 제 프로필 사진은 출판사 선에서 탈락될 수도 있지만 작가소개글만은 제대로 살아남아 세상에 나올 테죠. 울렁거리는 가슴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