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던 그 날의 기억

치앙마이, 널 너무 좋아해 (1)

by 예시






예고받았던 대로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땐, 햇빛을 앗아간 먹구름과 함께 장대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TV에서는 이제 곧 장마철이 시작될 것임을 알리는 일기예보가 들려왔다. 여름날의 장마철을 빛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 떼만큼이나 싫어하는 나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장마철이라 하면 매일 우산을 챙겨 다녀야 함은 물론이고, 물웅덩이를 품은 아스팔트를 요리조리 피해 걸어야 하며, 조심하며 걷는다 해도 나도 모르는 새 흠뻑 젖은 운동화를 신고 하루 종일 찝찝한 마음을 억누르며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장마철엔 사람들의 얼굴은 먹구름으로 드리워져 있다. 특히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더더욱.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렇게 비를 싫어하는 내가 우기가 시작되는 6월에 치앙마이를 가게 되었다. 처음 이틀 정도는 굉장히 맑았지만 나머지 5일은 시시때때로 비가 내렸다. 밥 먹다가도 갑자기 쏴아- 마켓 구경을 하다가도 갑자기 쏴아- 사원을 둘러보다가도 갑자기 쏴아-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가 싫지 않았다. 꿉꿉하고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가져다주는 비가 되려, 고마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치앙마이에서는 폭우가 내려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 우산이 없어도 걱정이 없었다. (실제로 치앙마이 사람들은 우산을 쓰지 않을뿐더러,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아무리 세차게 내려도 금방 그칠 텐데 뭐, 하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고 비가 오는 동안은 잠깐 쉬어가는 여유로운 시간까지 만끽할 수 있었다.




하루는 선데이 마켓을 구경하러 갔다.



신나게 쇼핑을 하며 구경을 하던 와중에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금방 그칠 것을 알아서일까. 선데이 마켓 셀러들은 비가 오니 장사를 접을 법도 한데 웃으며 넘긴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워 짜증이 날 법도 한데 판매하던 제품들을 익숙하다는 듯 옮겨두고는 옆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웃으며 수다를 떤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또 한 번, 치앙마이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여유로움을,

그들의 미소를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