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을 위한 띵템 편집샵

자꾸 꺼내보고 싶고, 써보고 싶은 기록광의 아이템

by 예시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한 공기 속에 울려 퍼지는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손으로 쓰는 즐거움을 너무도 잘 알 것이다. 여백으로 가득 찬 흰 종이 위에 나의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것이 좋아 가방 속에 한 권의 노트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습관을 만들어준 8할은 바로 이 편집샵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록광을 위한 스테이셔너리 샵

홍대 '올라이트'


기록광을 위한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올라이트




학창 시절, 방학숙제 중 가장 힘든 한 가지는 바로 '일기 쓰기'였다. 일기라 함은 날마다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라 하는데 그 시절 나에게 일기란 벼락치기와 다름없었다. 며칠을 미루고 미루다 시간이 닥쳐서야 지난 몇 일간의 일들을 머리를 쥐어 짜내어 써내곤 했다. 여전히 매해 다이어리를 구매하지만 연초에만 빽빽이 열심히 쓰다가 뒤로 갈수록 백지가 되어버리는 나의 다이어리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어린 시절의 기록의 기억을 더듬어 쓰기 편한 다이어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올라이트의 주인 이효은 님. 그녀의 진심 어린 고민 덕분인지 매일 일상의 기록을 남기길 좋아하는 분들은 올라이트의 다이어리를 애정 한다고.







바스락 거릴 것만 같은 종이의 흔적들이 가득한 올라이트에 발을 들여놓으면 지갑이 열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각종 유형의 유용한 노트 -다이어리, 무지 노트, 트레블 노트, to do 노트 등-들뿐만 아니라, 휴대폰 케이스, 펜, 마스킹 테이프까지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신없이 물건을 집어 계산대로 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올라이트의 다양한 노트들 중에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노트는 바로 이 얇은 무지 노트이다.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보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적기를 좋아하고, 다이어리에 있는 매일매일의 작은 칸보다 영역 구분 없이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쓸 수 있는 노트를 애정하기 때문이다. B6 크기의 48페이지로 되어있는 이 작은 노트는 가방에 쏙 넣어 다니기에도 부담 없는 크기와 두께. 공책이 너무 두꺼우면 펼쳐서 적을 때 자꾸 공책이 접히거나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불편하기 십상인데 올라이트의 이 노트는 가운데 부분이 스테이플러로 살짝 집어져 있는 덕분에 활짝 펴서 글을 적다가 접힐 걱정이 전혀 없는 편리함이 있다. 무지 노트도 있고 줄 노트도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내가 적은 노트는 벌써 5권. 이 노트로 10권, 100권이 모여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가끔 흐뭇해진다.











400여 가지의 연필 가게

연남동 '흑심'





연필. 우리는 연필을 얼마나 자주 사용할까?

나 같은 경우에는 사각사각 연필이 내는 소리가 좋아 자주 사용하고 싶지만 연필로 기록한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버려 그 기록들을 돌이키기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이유로 기록할 때 연필보다는 펜을 주로 이용하곤 했는데 흑심에 다녀온 후로 연필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티지한 연필 패키지 디자인에 매료되어 연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흑심의 주인들. 그런 주인장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진열되어 있는 연필 패키지들의 디자인은 모두 다 다른 빈티지한 것들이었다. 연필, 하면 떨어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지우개, 연필을 쓸 때 꼭 필요한 작은 연필깎이, 몽당연필을 위한 연필꽂이, 연필 뚜껑 등 어린 시절 사용했던 문구들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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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jpg 너무 마음에 들었던 흑심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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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연필들을 보고 있자니, 초등학교 때 틈만 나면 갔던 집 앞 문방구가 생각이 나더라. 예전에는 문방구 쇼핑을 그렇게 했었는데.







한쪽 공간에는 직접 연필을 써볼 수 있도록 각종 연필들과 종이가 놓여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연필마다 특유의 흑심과 종이가 닿는 감촉들이 달랐다. 어떤 연필은 부드럽게 종이 위를 굴러다니는가 하면, 어떤 연필은 빳빳하고 예민하게 안테나를 세우듯 각진 글자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작은 공책 한 권만 사고 돌아왔는데, 이렇게 예쁜 영수증을 주는 작은 센스에 또 다른 감동을 했다. 인스타그램에 #누벨바그125 해시태그를 달면 추첨을 통해 선물도 준다고 한다.


돌아오고 나서 보니 연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뚜껑이 닫힌, 적당한 두께의 필기감 좋은 연필 하나와 작은 지우개, 그리고 연필깎이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필통 하나를 노트와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필통을 여닫는 기분, 연필 뚜껑을 뺐다 꼈다 하는 기분, 슥삭슥삭 연필로 나의 생각들을 기록해보는 기분, 지우개로 기록의 흔적들을 지워보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게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는 금박이 박힌 연필 하나를 데려와 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