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 경애의 마음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노동자의 삶으로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까마득해졌다. 아직 사회생활 5년 차인 내가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보며 훌쩍이고 대사 하나하나에 가슴 깊이 공감했다면 정말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려나?
김금희 작가는 2년 전 <너무 한낮의 연애>를 통해 애정 하게 되었다. 작가가 여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필용이라는 아저씨의 감정과 일상을 세세하게 그렸던 것에 대한 감탄이었달까. 이번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 사랑, 삶과 같은 너무도 현실적인 문장들 때문에 최근에 인생 드라마로 점찍은 나의 아저씨가 읽는 내내 오버랩되었다.
반도 미싱 10년 차 샐러리맨-융통성 없는- 공상수와 8년 차 총무부 직원 박경애. 주류가 되지 못하고, 어딘가 어설프기도 부족하기도 한 두 사람이 서로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서로가 서로의 끈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그들 각자의 세계의 접점(은총)을 만나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긴장감이 돌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박동훈이 지안에게 행복해질게, 꼭, 이라 다짐했던 나의 아저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피켓을 들고 있는 경애의 마음도, 오래전 E를 떠나보낸 경애의 마음도, 방황하는 산주를 향한 경애의 마음도, 경애의 그 모든 마음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다.
<경애의 마음> 속 띵구절
138p.
그러니까 인생은 손쓸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냥 포기해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마음의 번뇌와 갈등, 고통, 어떤 조갈증, 허기 같은 건 지병처럼 가져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기야 아프면 고쳐가면서 쓰는 게 몸이라고 하는데 마음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
156p.
"우리는 육체에 봉인되었지만 상상력과 기억의 힘으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때 경애는 그 '봉인'이라는 말을 얼마나 필사적으로 붙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육체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 된다는 것.
260p.
사람이 어떤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런 것에서도 '나아간다'라는 느낌이 가능했던가. '견뎌낸다'라는 느낌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290p.
어떤 시간은 가는 게 아니라 녹는 것이라서 폐기가 안 되는 것이니까요.